충남 최대 경제단체인 충남북부상공회의소(회장 한형기)가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회비 납부 금액에 따라 선거인 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무더기로 가입한 임의회원들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도지만 개정안이 기존 대다수 중소상공인들에게도 적용돼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충남북부상의와 회원사에 따르면 다음달 15일 제20대 회장 선거인 명부를 확정하고 22일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진행한다. 회원사들이 선출한 73명(특별회원 3명 포함)의 대의원들은 같은달 28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후보가 회장에 당선된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사가 대의원을 뽑기 때문에 후보 간 회원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출마 예정자는 김홍근 드림텍 대표, 문상인 대일공업 대표, 이희평 벨금속공업 대표 등 3명이지만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충남북부상의는 지난해 12월 상공인 90여 명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임의회원으로 가입하자 두 차례 임원단 회의를 열어 회비를 많이 내는 순으로 선거인 수를 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800여 개 회원사 중 투표권을 얻은 회원사는 지난달까지 492개. 이 중 70% 이상이 500만원 이하의 회비를 납부하는 중소상공인들이다.
상의는 회비 납부 금액에 따른 선거인 수(1~6표) 규정을 세분화 해 선거인 수(1~19표)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회비를 많이 내는 중견 및 대기업에게 투표권이 더 주어지는 구조다.
회비 납부액이 50만원 이하인 기업은 1표, 500만원 이상은 구간별로 10표부터 최대 19표까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핵심이다. 투표권이 많은 중견 및 대기업들이 힘을 받는 반면 대다수 영세 및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 회원사 대표는 “대다수 중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의가 아닌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경제단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레 정관 개정을 밀어부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의회원 가입으로 선거인 수를 확보한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출마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3년 치 회비를 내고 투표권을 얻은 상공인 외에 다른 회원사의 지지도 받아야 하는만큼 회원사들이 철저한 후보 검증과 비전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회장 당선에 자신하지만 정관이 개정되면 중견 및 대기업으로 표를 몰아주는 셈이어서 표 대결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북부상의는 오는 11일 정관 개정을 위한 의원 임시총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의원 69명 중 3분의 2 이상(46명)이 참석하고 이중 3분의 2 이상 동의(31명)를 얻으면 개정안은 통과된다.
지역 대기업들은 정관 개정은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관 개정에 대한 불편한 소문은 와전된 것으로 본다”며 “지역 상의 운영에 그동안에도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관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역 상의 회원으로 의무를 성실히 할 뿐 정관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관개정 등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거나 의견을 표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