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가 소유했던 재산에 대해 누가 상속받게 되는지가 공동상속인 간 큰 분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 중 누군가는 다른 상속인보다 오랜 시간 동안 특별한 부양을 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큰 기여를 했을 수도 있다. 또는 어떤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과 다르게 피상속인 사망 전에 많은 재산을 사전 증여받았을 수도 있다. 공동상속인은 1순위 상속인인 배우자, 자녀 등인 경우가 보통인데, 자녀들 간 피상속인과의 관계가 위와 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이 개시돼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상황이 되면 다툼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상속인은 유언(또는 유언대용신탁)을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상속이 발생할 때 유언이 있으면 유언대로 먼저 상속재산이 이전되기 때문이다. 유언이 없다면 상속인 간 상속재산 분할을 통해 상속재산을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유언이 없는 경우 어떤 기준으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상속인 모두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협의를 통해 공동상속인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즉, 상속재산의 법정비율 등을 다르게 정할 수도 있고 이는 상속이 일어난 때로 소급해서 효력이 발생한다.
상속인 간 협의가 안 되는 경우 협의를 더 진행하거나 법원을 통해 다투기 위해서는 상속재산 분할 시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첫째,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상속인 모두의 협의가 필수이고 한 명이라도 빠진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무효라는 점이다.
둘째, 공동상속인 중 누군가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 상속재산 분할 시 기여분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셋째, 피상속인으로부터 공동상속인 중 누군가가 사전증여를 받은 것이 있다면 상속재산 분할 시 이를 반영해 분할한다는 점이다.
첫째와 관련해 반대하는 상속인 몫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속재산에 대해 분할에 동의하는 상속인만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무효가 된다.
둘째와 관련해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서 특별한 부양행위에 대해 판례는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신분관계로부터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는 부양을 의미한다고 본다. 부부간에는 법적으로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시켜 줘야 하는 부양의무가 있다. 기여분 인정요건으로서 특별한 부양행위가 되려면 부부간에 인정되는 부양의무 수준을 넘는 부양행위가 인정돼야 한다.
사안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부부간에는 기본적으로 부양의무가 인정되므로 아픈 배우자와 장기간 동거하고 간호했다는 이유만으로는 특별한 부양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성년인 자녀의 경우 부모에 대해 법적으로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자신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부모가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 최근 자녀가 홀로 장기간 피상속인을 간병하고 병원비를 지급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있다. 결국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률상 부양의무의 범위를 넘는 수준의 부양행위가 있어야 한다. 셋째와 관련해 특정 상속인이 사전증여를 아무리 많이 받았더라도 나머지 상속인은 상속재산 분할을 통해서는 특정 상속인에게 그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단지 상속 개시 당시의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 사전증여받은 상속인은 그만큼을 뺀 나머지를 가져가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 공평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사전증여로 인해 법에서 보장하는 상속인의 최소 몫인 유류분이 부족하게 된다면 그 상속인은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다른 상속인 등이 사전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반환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 상속이 발생하게 되면 재산 분쟁으로 가족 간 화목을 잃기 쉽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법에서 어떤 식으로 상속재산을 나누게 되는지를 확인해 합리적으로 협의한다면 가족 간 불필요한 분쟁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곽종규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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