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한 이른바 ‘기호 2번 승리론’ 논쟁에 야권의 서울시장 경선 주자들도 가세했다. 나경원·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번 후보여야 승산이 있다는 김 위원장의 말에 동조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호 2번으로 이미 일곱 번 패했다”며 기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나 후보는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우리 당을 좋아하는 분들까지 다 투표장에 열렬히 나가려면 2번을 달지 않은 안 후보는 제약이 있지 않겠느냐”며 “당의 힘을 가진 후보가 뒷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 역시 같은 방송에서 ‘기호 4번을 달면 선거에서 패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럴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당세가 확실히 차이난다”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는 이날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나와 “2번은 지금까지 서울에서 7연패를 했다”며 ‘기호 2번 승리론’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많은 분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에만 관심이 있다”며 “기호가 몇 번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분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계속 진 방법보다는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무선에서 협의하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논쟁에 현역 의원들도 뛰어들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발 기호 2번 논란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양측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4일 이후부터 단일화 룰을 정할 실무 협상에 들어간다. 단일화 룰을 둘러싼 ‘샅바싸움’ 과정에서 기호 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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