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법 개정안에 이의 없으십니까?”(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지난달 1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장. 사업용 친환경 화물차에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임종성·김윤덕·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앞서 경쟁적으로 발의한 법안의 대안이다. 이날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진선미 위원장도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국토위가 통과시킨 화물차법 개정안은 전기화물차에 대한 운수업 허가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화물차법은 사업용 화물차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있지만, 2018년 11월부터 1.5t 이하 전기차를 사용하는 경우 허가를 내주고 있다. 경유차를 감축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의원들이 개정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전기화물차가 늘면 영세 운송업자의 생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으로 현행 수급조절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이유다.
사업용 전기화물차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작년 말 기준 사업용 전기화물차는 2561대로, 전년(26대)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기화물차 운수업 허가에 따라 지난해 1월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가 출시되면서다. 그러나 사업용 전기화물차 비중은 전체 사업용 화물차(42만5252대)의 0.6%에 불과하다.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과 같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환경부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배송 물량이 급증해 전기화물차를 늘려도 모자랄 판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 보급 등을 담은 ‘그린 뉴딜’ 달성을 위해 신규 허가가 필요하다는 방침이다. 전기화물차가 본격 판매된 지 1년 만에 또 법이 개정되면 오히려 생산 기반만 무너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완성차 및 부품업계 몫이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의 속내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사업자들의 ‘표’ 때문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2004년부터 화물차 운수업 허가가 막히면서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3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영세 화물 운송업자를 내세우지만, 그 뒤엔 40만 가입자의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있다.
국토위는 1년여 전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기존 택시 사업자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절차가 남았다. 전기차라는 신산업은 물론 환경을 위해서도 합리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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