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초고가 도시형생활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3.3㎡당 분양가가 7000만~8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도 청약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강남 새 아파트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대체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가격 방어가 어려운 상품인 만큼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보다 비싼 ‘유사아파트’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에 들어서는 도시형생활주택 ‘원에디션강남’(투시도)은 최근 진행한 청약에서 최고 10.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234가구 모집에 1540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6.5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높은 분양가에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도시형생활주택임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7128만원 수준이다. 전용 49㎡ 가격이 15억~16억원대며 최고 19억원짜리도 있다.지난 5일 분양을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더샵 반포리버파크’도 초기 계약률이 70%에 달했다. 옛 반포KT 부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총 140가구를 3.3㎡당 약 7990만원에 공급했다. 주택형별로 가격이 15억~18억원 수준이다. 강남권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를 받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68만원)보다도 40% 높은 가격이다.
작년 말부터 강남권에 이 같은 초고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86가구)은 3.3㎡당 약 7300만원에 공급됐다. 이달 대림건설이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 예정인 ‘루시아 도산 208’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가격이 높은 것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자로서도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전매제한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진입 문턱이 낮다. 2월 19일 서울 주요지역에서 시행된 실거주 의무도 없어 입주 초기부터 전·월세를 놓을 수 있다. 지난 26일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아파트’ 범위에서 제외해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30~40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며 “강남 새 아파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보니 대체 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잘못 샀다간 ‘낭패’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심 내 1~2인 가구의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소규모 주택이다. 건축 단계에서 주차장 기준 등 각종 규제를 피해가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도 받지 않는다. 단지형 연립, 단지형 다세대, 원룸형 등 세 종류로 이 중 아파트와 비슷한 원룸형은 전용 14~50㎡ 이하, 총 300가구 미만으로만 공급할 수 있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최근에는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해 사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을 선택하는 시행사가 늘었다.전문가들은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적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하락 시 가격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 크기와 구조 면에서 자녀를 둔 부부가 살기에 여의치 않다”며 “선호도가 높은 강남 주요 입지가 아니라면 임차인을 찾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기준이 아파트보다 크게 낮아 소음 등에도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는 건설 시 소음보호 기준(외부 65dB 미만, 내부 45dB 이하), 도로와 주차장 등의 배치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이 같은 기준을 지킬 필요가 없다. 주차장 기준도 가구당 0.5~0.6대에 불과하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핵심 입지에 공급하는 단지는 높은 분양가에 맞춰 고급 특화 서비스를 도입한다”며 “주차장도 가구당 한 대씩 설계하는 등 수요자 편의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