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올 들어 “신산업 성장을 위해 신속한 규제 혁신 입법에 나설 것”(김태년 원내대표)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입법 현장에선 “규제 완화 법안은 죄다 처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 안전 규제를 담은 법률안들이 ‘속전속결’로 국회를 통과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 법률안은 ‘규제 샌드박스 5법’이다. 민주당은 올 들어 두 차례 규제혁신추진단 회의를 열어 규제 샌드박스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5법부터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실상은 다르다. 샌드박스 5법은 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금융혁신법·지역특구법·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등 5개 법 개정안이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한 개도 없었다. 금융혁신법, 지역특구법 등 2개 법률안만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나머지 법안은 상임위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샌드박스 5법은 총 4년(2+2년)의 신기술 허용 기간을 경과해도 법령 개정절차 등으로 규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을 지속할 근거 규정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약 2년 전 도입됐다. 업계에선 “남은 2년 동안 법이 바뀌지 않으면 현재 하는 사업은 접어야 하는 것이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하듯 규제를 화끈하게 풀 수 없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규제 완화 법령도 속도가 느리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72개 안건 중 규제 완화 법안은 캠핑용 자동차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 등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정도가 유일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속 입법 과제로 정부 측에 요구한 10개 입법과제 중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하나도 없다. 반면 경제계가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반대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세 건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건축 마감재 등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영세 제조업체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재계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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