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사능 공포'가 다시 일고 있다. 세슘 수치가 높은 이른바 '방사능 생선'까지 잡히면서다. 이달 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 영향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탱크 53대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파악됐다.
오염수 저장탱크 53대 원래 위치서 최대 19cm 이탈
지난 26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최근 지진으로 원전 내 1074대의 오염수 저장탱크 중 53대가 원래 위치에서 3~19㎝가량 움직였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그러나 탱크 내 물이 새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탱크를 연결하는 배관 5곳도 원위치에서 벗어났지만 균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고장 난 것으로 알려진 원전 3호기 지진계 2대에 대해서는 다음달 중 복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원전 3호기 내 설치된 지진계 2대가 고장 났는데도 수리하지 않고 반년 이상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진계가 고장나 이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데이터도 기록하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최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은 물고기가 잡히면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NHK는 앞선 2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시험조업으로 잡은 우럭(조피볼락)에서 1㎏당 500베크렐(㏃·방사능 물질이 방출하는 방사능의 양을 재는 단위)의 세슘이 검출돼 현지 주민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식품 허용 한도인 1㎏당 100㏃의 5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자체 기준(㎏당 50㏃)보다는 10배 많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에서 정부 기준을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2019년 2월 이후 2년 만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우럭은 후쿠시마현 신치마치 해안에서 8.8㎞ 떨어진 수심 24m의 어장에서 잡혔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우럭 출하를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원자력재해대책본부도 우럭 출하 제한을 지시할 계획이다.
치명적 고농도 방사선 계속 뿜어져 나와
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설비로부터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 방사선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산하 검토위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조사 중간 보고서에서 "원전 내 제2·3호기 원자로 건물 5층 부근에 방사선량이 극히 많은 설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썼다.
검토위가 고준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설비로 지목한 건 원자로 격납용기 뚜껑 역할을 하는 원형 철근 콘크리트제 3중 구조 설비 '실드플러그'다.
검토위는 원전사고로 2호기 원자로의 실드플러그에 약 2경~4경베크렐, 3호기 원자로의 실드플러그에 약 3경베크렐에 이르는 세슘137이 달라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경은 1조의 1만배다.
이를 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량으로 환산했을 땐 시간당 최대 10시버트(Sv)를 웃돌아 "한 시간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정도"라는 게 현지 언론들 설명이다.
국제기준에 맞춰 일본 관련 법령에 정해진 방사선 업무 종사자의 선량 한도는 전신 기준으로 연간 20밀리시버트(5년 연속 근무 기준)다. 단순 비교하면 이 기준의 5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10시버트의 피폭량이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열 올리는 일본 정부
일본 정부 대응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홍보 예산을 5억엔(한화 약 53억원)으로 편성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2월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처리수(오염수)와 관련해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3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홍보사업비로 5억엔을 책정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예산이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예산은) 후쿠시마산 해산물에 대한 소문 피해나 수입 제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후쿠시마 일대 어민들은 오염수 방출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처리수'라는 별도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홍보 예산까지 확보하면 일본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후케타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이 과학적인 의미에서 실행 가능한 유일한 처분 방법"이라고 말해 문제의식에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오염수 방출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