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당정 고위 인사들과 함께 부산시 가덕도 현장을 방문해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을 밀어붙이는 상황도 이런 의구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야당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정·청 선상 가덕도신공항 회의
문 대통령은 25일 당·정·청 주요 인사들과 부산 부전동의 부전역, 가덕도 해상, 부산신항을 차례로 방문해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방안 등을 보고받았다.문 대통령은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면서 “(동남권 메가시티는) 15년간 지체돼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상에서 신공항 건설 촉진을 위한 건의 사항을 보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담당 부처 장관들이 나서 신공항 건설 지원 방안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국토교통부에 대해선 별도 지시도 내렸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에게 “가덕도신공항은 기재부부터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겠지만,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사업 방향이 바뀌어 국토부 실무진의 곤혹스러움이 있겠지만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변 장관은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쳐져 송구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사엔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 지사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동남권 메가시티 경제공동체 구축 방안을 따로 보고하는 행사도 했다.
야권 “탄핵 사유 해당” 맹비난
정치권에선 “야당에 뒤지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판을 흔들기 위한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도를 넘은 선거 개입”이라며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4대강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맹비난했다.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부산 방문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오래전 결정된 행사”라며 “문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꾸준히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도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당시에도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경제성 평가’ 등 법적 절차를 면제하거나 간소화하는 내용의 가덕도신공항건설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찬성하고 있어 26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전망이다.
좌동욱/강영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