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적으로 최저 수준인 0.84명으로 추락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복지 지원 확대 등 보여주기식 대책에만 몰두한 데 따른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내 집 마련의 어려움, 인구·산업의 수도권 집중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다각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데 정책 접근은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인구 문제 전담 부처를 세워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힘든 만큼 고숙련 인력 중심으로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은 고용, 주거, 보육인프라, 수도권 쏠림 등 문제가 결집된 결과물”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얼마 주겠다는 식의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일관한 탓에 지금의 실패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선 인구 총괄 전담 부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각 부처를 움직일 만한 실질적인 권한은 약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일본은 ‘1억인구총활약상’이란 인구 정책 총괄 부처를 설치한 이후 출산율이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고 했다.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많이 올리기는 힘들어 노동력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미국, 유럽처럼 고숙련 인재 위주로 이민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고령화 시대에도 경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40~50대 장년층을 상대로 재교육·직업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50대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재교육을 통한 창업 등이 활성화한다면 노동력 고령화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수도권 쏠림 현상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만큼 메가시티 육성 등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보험·재정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고령화 속도면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의 재정 불안이 심해지고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며 “꼭 필요한 분야 위주로 재정 지출 사업을 정비하고,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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