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3일(04: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진대제 회장이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을 놓고 인수합병(M&A) 업계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 8일 나 후보 캠프에 디지털 전문가 ‘1호 고문’ 으로 영입됐다. 진 회장은 지난 15일에는 나 후보의 정책 공약 발표에 직접 참여해 “나 후보를 도와 디지털대전환을 통해 서울시를 ‘6만달러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진 회장은 앞서 2019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직속으로 설립된 ‘서울혁신성장위원회’에 정보기술(IT) 분야 고문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로 널리 알려진 진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3년 간이나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하며 '친노 인사'로 분류됐다. 정치에 뜻을 품고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낙선했다. 이후에는 투자 전문가로 변신했다. 2006년 전문성을 살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투자에 특화된 PEF 스카이레이크를 설립했다. 스카이레이크는 IT,테크 분야 투자는 물론 소비재, 금융, 제조업 투자까지 저변을 넓히며 중견 PEF로 성장했다. 이 같은 운용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7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진 회장은 현재는 표면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러나 진 회장은 실질적으로 펀드 결성 및 투자 등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두산그룹의 동박업체 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인수 작업에도 관여했다. 진 회장은 현재 솔루스첨단소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진 회장이 회사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면서도 나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PEF에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LP)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PEF가 펀드 운용에만 총력을 기울여도 수익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회사 내 대표격 인물이 공개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점에서다. PEF가 특정 정치색을 띄는 것도 투자 활동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2일 “출자자 입장에서는 운용사(GP)가 펀드 운용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길 바란다”며 “회사 내 경영에 참여하면서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게 불법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난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진 회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언제라도 직접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CEO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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