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기업 대관 담당자들의 ‘경계 1순위’ 정부 부처로 꼽힌다. 수질, 대기, 화학물질, 폐기물 등 환경규제에 따라 사업 계획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어서다. 경제계는 환경을 고려하는 정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기업이 대비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도 이 때문에 “탄소 중립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이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 305개사를 대상으로 ‘환경규제 기업부담 실태와 정책 지원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가 ‘환경규제로 인한 기업 부담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기업(18.4%)이 부담을 호소한 환경규제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었다. 화관법은 2012년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계기로 2013년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마련됐고 2015년부터 시행됐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화학 사고 예방을 위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배치 및 설치와 관련한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등 산업계는 화관법으로 인해 인력 채용, 시설 투자 등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화학물질은 사업장 규모, 취급 내용에 따라 위험도와 시설이 천차만별인 데다 국내 화학물질 유통업체의 약 76%가 소규모 사업장이라 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올초 표면처리·염색업에 대한 맞춤형 취급시설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등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나머지 업종으로의 확대는 아직 ‘검토 중’이다. 6년간의 유예와 보완을 거쳐 올해부터는 2015년 이전 설립한 공장들도 화관법 정기검사 대상이 됐다. 정기검사에서 화관법 불이행 사실이 적발되면 대표는 최고 5년 이하 징역 및 1억원 이하 벌금, 회사는 영업정지 등을 당한다.
환경부는 최근 이른바 ‘포장재 사전검열법’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재질, 포장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사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지정 기관 두 곳에서만 검사를 받도록 해 과잉 규제와 신제품 출시 지연에 대한 업계 우려가 쏟아졌다. 형식상 의원 입법이기는 하지만 법안 발의 과정에서 환경부와 긴밀히 협의해온 만큼 환경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환경부는 지난 22일 “사전 검사를 의무화하되 기업의 자체 검사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과잉 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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