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가 24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한다. 전기차 등 미래가 유망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몸값’이 높게 책정되는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루시드모터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인 ‘처칠캐피털Ⅳ’와 합병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외신들은 아직 첫 제품조차 선보이지 않은 기업이 240억달러라는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역대 스팩 합병 사례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는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세워 상장한 뒤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루시드모터스는 스팩과의 합병을 마치고 올 2분기 우회상장할 예정이다. 루시드모터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현금 44억달러를 확보했다. 2007년 설립된 루시드모터스는 고가의 전기차 제조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최대주주다.
투자자의 기대치는 훨씬 높다. 루시드모터스와의 합병 추진 계획이 알려진 지난달부터 처칠캐피털Ⅳ의 주가는 연일 상승해 이날 장중 한때 연초보다 6배 오른 60달러 선을 뚫기도 했다. 하지만 차익실현 매물 등의 여파로 애프터마켓(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는 4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처칠캐피털Ⅳ 주가가 40달러에 형성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루시드모터스의 기업가치를 65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68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한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이 같은날 종가 기준 748억달러, 포드의 시총이 465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가 루시드모터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미 전기트럭 스타트업 엑소스도 기업가치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전제로 넥스트젠 스팩과 합병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고성장이 기대되는 데이터 관련 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비상장사인 데이터브릭스는 기업가치 280억달러를 전제로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음식점을 주요 고객으로 해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토스트는 2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염두에 두고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데이터센터 서비스 기업인 사익스테라는 기업가치 34억달러를 목표로 스타보드밸류액퀴지션 스팩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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