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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돈 벌 생각 버려야"…'주식쟁이' 투자 전문가의 조언 [강영연의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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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뼈속까지 '주식쟁이'였다.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집은 돈을 벌기에 적합한 자산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근 같은 급등기를 제외하고 부동산은 큰 변화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집 한채, 내 집 마련의 중요성은 인정했다. 투자가치가 아닌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투자 구루들이 집을 사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집이 한채도 없는 것은 숏포지션(시장 하락에 베팅)을 취하는 것과 같다"며 "누가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을 수 있는 내 집이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안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 세워야
지난 26일 VIP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집을 자산가치가 아닌 사용가치의 개념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집을 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횡보하고 있을 때다. 집을 산 이유는 집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다. 주식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쓰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주식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생활을 단순화하고 옷도 같은 것을 여러 개 사서 돌려입는다.

"워런 버핏도 1960년대에 집을 사서 계속 살고 있고, 피터 린치도 집 한채는 사야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에 집중하기 위한 비경제적인 의미에서 봐야합니다."

세입자의 설움을 겪었던 경험도 작용했다. "한번은 급하게 집을 옮겨야 하는데 전세 매물이 없어서 월세에 산적도 있습니다. 집이 주는 안정성, 사회적 의미 등을 생각했을때 한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사기 전 그는 김민국 공동 대표와 진지한 토론을 했다. 김 대표가 막 결혼한 2007년 이었다. 둘다 미혼일 때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하며 일도 했지만 가족이 생긴 후 계속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식만 평생해온 두 전문가에게 부동산은 난관이었다. 밸류에이션 평가부터 쉽지 않았다. 가치투자자인 두 사람은 집을 무조건 싸게 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싸다는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는 건 큰 문제였다. "10억원이면 비싸고 5억원이면 싸다고 볼수도 없더라고요. 집마다 상황마다 달라 가치 평가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최 대표는 집에 대한 두가지 기준을 세웠다. 먼저 구매자에게 유리한 시점에 집을 사겠다는 원칙이다. 최 대표는 "정부가 집을 사라고 권한다든지, 원하는 층이나 호수를 고를 수 있다든지. 협상의 양쪽 파워가 바이어가 유리한 시기에 사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혹시 집을 산 후 가격이 떨어지면 대형평수로 옮겨타는 기회로 삼겠다고 정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올라서 좋고, 내리면 다른 집들도 빠질테니 돈을 보태서 평수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가격 상승 뿐 아니라 내릴 때에 대한 대책을 모두 마련한 후 집을 샀다"고 말했다.
◆집으로 돈 벌기 쉽지않아
부동산 시장에 맞서지 않는 입장에서도 집 한채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집 한채와 두채 사이의 거리감보다 한채도 없는 것과 한채 사이의 거리감이 더 큰 것 같다"며 "한 채도 없으면 그냥 없는게 아니라 숏포지션(시장 하락에 베팅)을 취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집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따라 잡기도 어렵고, 마음의 평안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채를 가지고 있으면 이 안에서 오르고 빠지는 것에 대해서 대처를 할 수 있으니 그보다 낫죠."

다만 그는 집으로 돈 벌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했다. "주식쟁이가 집으로 돈 벌어봐야 뭐 하겠습니다. 어디가서 자랑은 커녕 말도 못할 일입니다."

집으로 돈을 벌기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서 그렇지 주택은 값이 서서히 오르는 자산입니다. 밸류에이션 측정이 안 되는 자산은 장기적으로 시세차익을 얻어야 하는데 특정구간을 제외하고는 큰 변동성이 없습니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각각 2008년과 2014년에 집을 구매했다. 2008년은 다들 기억하듯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직후였다. "김 대표가 집을 산후 2014년까지 집값은 오히려 약간 떨어졌었습니다. 둘다 바닥에서 샀다고 할수 있겠지만 2017년 전까지는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련된 주거단지 주택 가격은 인생을 바꿜줄만큼 움직이지 않습니다."

집을 필요하지만 '영끌'로 사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집을 살 때 전 재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되지 않았다"며 "영끌을 고민하기에 앞서 집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학군보다 교통·편의성 중요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평지에 살고 싶다'는 점이었다. 최 대표는 "고향인 부산에서 늘 산꼭대기에 살았다"며 "그때 질려서 그런지 지금도 언덕에 있는 곳에는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나는 교통이 편리한 시내에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어느 곳이든 30분 내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는 부인의 뜻에 따랐다고 했다. 그는 "집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 눈이 제일 정확하다"며 "편의성 등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 중심으로 평가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학군은 고려하지 않았다. 아이들 교육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를 나오는 것이 성공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가 만난 수많은 고객들 중에는 대학에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아이들을 통해,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게 없다"며 "자녀들이 원하는 것을 찾으면 지원은 해주겠지만 '이게 돼야 한다'고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집이란 '재충전하는 곳'이다. 집에 갖추고 싶은 것은 큰 책장과 큰 나무 테이블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할 때 거실에 티비를 두는 대신 책장과 테이블을 두며 꿈을 이뤘다. 주말에는 이 테이블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본다고 했다.

또 하나 신경을 쓴 곳은 마그넷이 붙어있는 거대한 벽이다. 그는 "여행을 갈 때마다 마그넷을 사왔는데 냉장고에 감당이 안돼 철판으로 된 벽을 만들었다"며 "좋아하는 엽서, 세계지도 등을 함께 붙여 여행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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