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시장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고채(국채)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덩달아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2개월래 최고치에 근접했다. '국채 폭탄'으로 채권시장 수급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영향을 미쳤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에 0.034%포인트 오른 연 1.909%에 거래 중이다. 이대로 마감할 경우 2019년 4월24일(1.912%) 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연 1.9%대를 넘어선 것도 2019년 5월3일(1.9%) 후 처음이다.
다른 만기의 국채 금리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3년물 금리는 오전에 0.02%포인트 오론 연 1.016%에 거래됐다. 지난 2월8일(연 1.001%) 후 7거래일 만에 연 1%대를 재돌파한 것이다. 5년물 금리는 0.041%포인트 오른 연 1.385%에 거래됐다. 마감 금리로 비교하면 지난해 3월25일(연 1.408%) 후 최고치다. 5년물 국채금리는 대출금리에 가장 큰 파급력을 주는 금리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가계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국채 금리가 뛰는 것은 미 국채가 뛰는 데 따른 결과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345%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연 1.363%를 기록하는 최근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장중에 연 1.4%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8월 한 때 사상 최저인 연 0.51%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금리가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상 한국 국채 등락 흐름은 미 국채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외국인은 한국 국채를 팔고 미 국채를 더 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급여건이 나빠지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뛰게 된다.
미국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미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추진으로 현지 물가가 뛸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경기 부양책 효과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회복되면서 물건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지난해 3~5월에 국제유가 등이 폭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작용했다.
미 국채 금리가 뛰는 데다 국내 수급 여건도 한국 시장금리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4차 재난지원금 편성 시점이 다가오면서 적자국채 발행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졌다. 재난지원금 규모로 20조원가량이 언급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16조원 이상의 적자국채가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 금리는 뛰고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
하지만 모든 만기의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한층 커지는 데다, 영세 자영업자 등의 차입금 상환 부담이 보다 무거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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