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mobility)의 사전적 의미는 ‘이동수단’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현재 모빌리티의 개념은 나날이 다양한 분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스마트 모빌리티’ 같은 용어는 이제 대중에게도 친숙해졌다.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을 이용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고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의 활동도 활발해 보인다. 자율주행, 공유차량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 등의 자동차산업과 새로운 사업 모델도 곧 다가올 현실임이 분명하다. 이미 자동차, 통신, 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을 기획하는 조직을 만들고 사업화도 준비하고 있다.
모빌리티는 사회학적으로 ‘계층 간의 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최신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언급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한 해 꾸준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온 불공정 및 계층 상승 가능성을 언급할 때 나오는 ‘사다리’ 같은 역할을 말한다.
의학에서는 ‘신체 손상 후 움직일 수 있는 이동능력’을 뜻하기도 한다. 질병이나 사고 후 장애가 남았을 때 재활치료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이동능력 훈련이다. 스스로 걷는 능력을 회복하는 재활치료,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이용해 걷기, 휠체어 이용하기 등이 포함되고, 영화에 나오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로봇도 모빌리티를 위한 치료에 쓰인다. 앞으로는 지금의 전동휠체어처럼 로봇 등이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모빌리티 보조기구가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은 장애로 인한 교통수단과 이동수단이란 의미로서 모빌리티의 차별성과 불공정성을 해소,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가능케 함으로써 장애로 인한 장벽을 넘게 하는 사다리로서의 또 다른 의미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1년이 넘는 시간을 우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집합과 이동의 제약 속에 살아 왔다. 모빌리티 기술과 사업 모델이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모빌리티의 제약 속에 살아 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 물류의 이동이 활발해진 것과는 달리 사람의 이동은 지상, 해상, 항공 모두 엄격히 제한됐다. 이동의 제한은 활동 제약과 사회활동 감소란 결과를 낳는다. 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더불어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활동의 감소와 사회활동 참여의 제한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하는 장애의 개념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모빌리티 제약의 결과로 사회 전체가 신체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 상태와 비슷해진 것이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조만간 코로나 팬데믹은 안정될 것이다. 안정화 이후에는 이동의 제한이 없어지면서 그동안 발달한 기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차원이 다른 모빌리티의 세계로 빠르게 진입할 것이다. 모빌리티 확대로 다양한 활동과 사회활동 참여가 증가해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산업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 같은 회사의 뇌·컴퓨터 연결기술은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마음대로 운전하는 세상을 구현케 할 수도 있다. 자동차 주행에서는 신체장애로 인한 불평등이나 차별 요소가 없어지고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더 편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전동킥보드만 허용되는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주자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발전 방향도 사회적 컨센서스에 따른 입법이 이뤄져야 하고 인허가, 보험 등의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법령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장애인 전동휠체어의 거리 주행, 안전과 법령 등도 이 기회에 논의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방역 경험이 모든 국가에 전례 없는 경험이었듯 새로운 모빌리티로의 도약도 전례 없는 경험일 것이다. 한 부분만이 아니라 기술 개발, 사업 모델, 의학, 장애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적 공정성 등에 대한 예측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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