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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혼술한다?…뇌 마비·불면증 유발하는 지름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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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혼술한다?…뇌 마비·불면증 유발하는 지름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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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2년째. 예고 없이 등장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변한 게 음주 문화다.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등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회식, 모임 등 다수가 함께 즐기는 음주 문화가 줄어든 반면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 혼자서 마시는 '혼술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혼술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기관 카프성모병원의 하종은 원장(사진)은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혼자 음주로 푸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 사회적 소통 없이 화학적 작용에 몰입하는 경우가 잦아 그만큼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카프성모병원은 국내 최초의 알코올 문제 전문연구재단 '한국중독연구재단'이 설립한 치료기관으로 2015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하종은 원장은 "중독의 끝으로 간 사람들이 술을 들고 여관에 들어가 혼자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술을 탐닉하기 위해서다"라면서 "혼술 문화는 사회적으로 안일하게 인식되지만 알코올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특성을 갖는다.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혼술족, 알코올 중독되기 쉽다…극단적 선택 위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술 소비가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가구 이상 월평균 주류 소비 지출 금액은 1만7588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2%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주류 소비 지출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혼술족이 크게 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식당에서 마시는 술은 음식 소비 지출로 집계가 되기 때문에, 가정 내 주류 소비 증가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하종은 원장은 코로나19 스트레스를 '혼술'로 해소하려는 문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술 문화는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차치하고, 술의 화학적 작용에 몰입하는 경우가 잦다. 스스로 양과 횟수를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여가를 정서적 교감과 건전한 활동 등으로 찾지 못하는 것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편해서 찾지 않는 것인데 '중독' 또한 그런 패턴으로 시작된다"면서 "5분이면 해결되는 쾌락 외에 다른 것을 찾지 않다 보니, 불안감은 계속되고 점점 더 혼술에 의지하는 것이다. 상당히 위험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음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법의 악순환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술은 쉽게 수면을 유도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불면증을 야기한다. 또 뇌를 마비시킴으로써 몸을 이완시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세로토닌 활성도를 떨어뜨려서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혼술'이 감춰져 있는 양태를 보이는 것도 알코올 중독 치료 시기를 놓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종은 원장은 "주류 판매 추이 등을 보면 알코올 중독 현상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혼술의 특성상 이같은 현상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홀로 술을 마시는 습관이 알코올 중독을 거쳐 충동적 선택으로 이어지기 매우 용이한 특성을 지닌다는 것. 그는 "장기간 치료를 통해 극단적 선택 등의 위기에 놓였을 때 의사에 도움을 청해야 할 분들이, 우울한 상태서 혼자 마시는 술을 통해 충동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면서 "의료진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코로나19 국면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는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고 치료를 결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통계를 보면 대개 알코올 중독이 불거지는 시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가 40대에 첫 치료를 받는다"면서 "이혼 및 별거, 또는 간경화·인지 기능 저하 등의 신체 악화, 음주 문제 사건 발생 등 사태의 심각성이 매우 높을 때 치료를 결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아 "이 때문에 알코올 중독 치료가 모두 입원 치료로 이뤄지며, 잘 낫지도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초기 발견 시 간단한 외래 진료를 통한 상담, 약물치료만으로도 쉽게 회복할 수 있다"면서 "치료가 빠를수록 회복 성공률이 높은 질병인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떠한 행동을 보일 때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할까. 하종은 원장은 가장 쉬운 자가진단의 기준은 '문제해결능력 여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는 기준의 범위가 과거에는 갈망, 금단증상, 내성 같은 의존성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술로 생기는 가정적, 사회적,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서 찾는다"면서 "음주로 인한 사소한 문제, 이를테면 사회생활에서의 지각 또는 가족과의 갈등이 계속 반복되는데 이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면 이미 치료적 중재를 받아야 했을 시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종은 원장은 "알코올 중독의 경우 자기합리화나 투사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전문적 개입이 중요한 이유"라면서 "조금이라도 음주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면 병원이나 센터에 조언을 구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독 치료 시기 빠를수록 회복 성공률 높아…인식 변화 필요"
혼술뿐 아니라 우리 문화에 깊게 자리 잡은 '음주에 관대한 문화'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주 관련 권고 가이드라인은 남성 4잔, 여성 2잔 이내, 음주일로부터 2~3일의 기간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 기준을 넘어서는 폭음 습관을 지니고 있다"면서 "음주를 강요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문화의 영향이 근저에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우스갯소리 삼아 한국인이 "음주가무에 능한 민족"이라 표현하는 것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종은 원장은 "한국인이 서구인들보다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술에 약하다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오히려 뇌가 빨리 압도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한국인의 경우 알코올 중독, 질병과 우울증 등의 문제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하종은 원장은 최근 나온 연구논문에서 한국인의 경우 적당히 술을 마셔도 구강암 발병률이 50%까지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결코 잘난 것이 아니다. 뇌가 무너져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신경독성 있는 알코올 물질이 신체로 다량 유입될 때 뇌가 구역감 등을 유발해 못 마시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술에 대한 적절한 거부감과 조절 능력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뇌가 병든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음주 문화에 대한 개선'과 '알코올 중독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버리는 것이 건강한 음주 문화를 마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종은 원장은 "알코올 중독에 대한 가장 안좋은 선입견이 낫지 못하는 병이란 인식이다. 그러나 재발률이 초반에는 높은 편이나, 2년 이상 단주 시 이들의 80% 이상이 10년 이상 단주자로 연결된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신체에 매우 치명적이고 완치가 쉽지 않은 암 같은 질병이 아닌 고혈압·당뇨처럼 관리만 하면 큰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질환이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절주 및 치료로 인한 이득이 더 많고 다양한 종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하는 단계란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은 인격적 결함, 의지박약 등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방치하는 것이 모든 질병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빠를수록 회복 성공률이 높은 질병이다. 조기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역설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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