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와 기관투자가가 작년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로 번 돈은 역대급이다. 평가차익만 61조7370억원에 이른다. 2019년의 45조3740억원보다 36% 정도 많다. 삼성전자 영업이익(35조9939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특히 테슬라를 지난해 초 사들였다면 700% 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와 기관의 순매수 1~5위 해외주식은 미국 테슬라(30억171만달러·3조3250억원)였다.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2위 애플(18억9956만달러)과 3위 아마존(8억3317만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들 종목 뒤에는 엔비디아(6억476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4407만달러), 해즈브로(4억741만달러),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트러스트QQQ(3억9828만달러), 알파벳(3억8937만달러), 니콜라(3억331만달러), 보잉(2억5491만달러) 등이 이었다.
순매수 20위권 종목 상당수가 나스닥 종목이었다. 일본 게임 자회사를 거느린 반다이남코홀딩스(1억7670만달러), 중국 반도체회사 SMIC(1억7267만달러) 등도 포함됐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만 743.3% 뛰었다. 작년 저점인 3월 18일(72.24달러) 대비 작년 고점인 12월 31일(705.67달러) 사이 수익률은 876.8%에 이른다.
순매수 2~4위인 애플(80.7%), 아마존(72.4%), 엔비디아(121.9%) 등도 작년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8.4% 올랐다.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서학개미들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이다.
올해도 서학개미들의 기술주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테슬라(10억4799만달러)였다. 이어 애플(6억4962만달러), TSMC(2억9104만달러), 아크이노베이션 ETF(2억4508만달러), 바이두(2억1354만달러) 등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올해 수익률은 좋은 편이 아니다. 테슬라의 18일 종가(787.38달러)는 사상 최고가인 지난 1월 26일(883.09달러)에 비해 10.8% 떨어졌다. 애플은 올 들어 18일까지 2.2% 하락했다. 올해 최고점인 26일 대비로는 9.3% 떨어졌다. 아크이노베이션 ETF의 이날 종가도 올해 최고점인 12일에 비해 4.7% 떨어지는 등 부진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개미가 많이 사들인 이항홀딩스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며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이 때문에 증권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 투자 수익률을 지난해 수준만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