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발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에이치엘비에 대한 주식 거래정지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위 발표에 따른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는 경영진 등의 배임이나 횡령, 분식회계와 달리 원칙적으로 거래정지 사유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에이치엘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만큼 이번 논란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8일 “거래정지 조치는 통상 금융감독원이 특정 상장사를 분식회계나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뒤 취한다”며 “에이치엘비가 연루된 허위 발표에 따른 불공정 거래 혐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에이치엘비가 자체 개발한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표한 혐의에 대해 지난해 조사를 벌였다. 금융당국은 당시 에이치엘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약품 허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의견을 받고도 숨긴 것으로 봤다. 에이치엘비는 이에 대해 “모든 사실을 공개했고, FDA 규정에 맞는 데이터를 통해 ‘임상 성공’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열고 에이치엘비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이 조만간 열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실제 검찰 고발로 이어진다.
에이치엘비는 무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리보세라닙 임상 성공 발표는 에이치엘비가 아니라 FDA 출신 전문가들이 소속된 미국 법무법인 코빙턴이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FDA의 ‘임상 실패’란 표현은 데이터 전체가 아니라 일부 자료에 대한 의견일 뿐”이라며 “이후 FDA와 대면 회의 등을 통해 오해를 모두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양곤 회장이 지난 16일에는 증선위를 앞둔 점을 감안해 수비적으로 답변했지만 앞으론 적극적으로 반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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