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자라를 운영하는 스페인 인디텍스그룹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의류회사가 됐다. 올들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전날(16일) 도쿄증시에서 패스트리테일링의 주가는 3%(3040엔) 오른 10만2500엔(약 107만원)으로 마감, 사상 처음으로 10만엔대를 돌파했다. 1997년 11월4일 상장(IPO) 이후 주가가 101배 올랐다. 시가총액은 10조8725억엔(약 114조원)으로 불어나며 도쿄증시 6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96조4603억원)보다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편하게 입는 옷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작년 8월 이후 유니클로의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분석했다.
같은 날 인디텍스의 시가총액은 817억유로(약 110조원)로 패스트리테일링에 처음 역전을 허용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의류의 영역에서 세계 1위에 손이 닿는 위치까지 오게 됐다"고 선언했다.
유니클로가 세계 최대 의류회사로 발돋움한 것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성과 온라인 판매 확대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 대한 투자가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매장 2298곳(작년 11월 기준) 가운데 60%가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일본)에 집중돼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충격에서 가장 빨리 회복한 중국에는 일본(815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791곳의 매장이 몰려 있다. 작년 8월 기준 중국, 홍콩, 대만 지역의 매출영업이익률은 14.4%로 일본(13%)을 웃돈다.
반면 자라는 대규모 도시 봉쇄로 휴업이 잇따른 유럽지역에 점포의 70%가 집중돼 있다. 아시아 지역 점포 비중은 20% 수준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이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온라인 전략에 주력한 부분도 투자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니클로는 2016년부터 자사를 '정보제조소매업자'로 정의하고 전 상품에 집적회로(IC) 태그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수집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한편 구글 등 외부기업과 손잡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체계를 갖췄다.
패스트리테일링이 시가총액 면에서 세계 최대 의류회사가 됐지만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는 여전히 인디텍스에 뒤쳐진다. 패스트리테일링의 2019년 매출은 2조엔(약 21조원)으로 282억유로(약 38조원)의 인디텍스, 1970억크로네(약 26조원)의 스웨덴 H&M에 이어 3위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 순익도 인디텍스(8억6600만유로)가 패스트리테일링(700억엔)보다 1.6배 많았다.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패스트리테일링은 9%인데 반해 인디텍스는 24%에 달한다. 재고운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재고회전율은 패스트리테일링이 1.5회전, 인디텍스는 2.0회다.
향후 세계 최대 의류회사 경쟁은 온라인판매 실적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패스트리테일링의 매출에서 온라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1년새 4.3%포인트 늘었다. 인디텍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4%로 패스트리테일링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2022년까지 25%로 높일 계획이다.
가자하야 다카히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지역 기반을 고려하면 중장기 성장력은 패스트리테일링이 우위"라면서도 "인디텍스도 중국 매장을 467곳으로 늘리고 있어 아시아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