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실에 눈감은 공상적 ‘탁상 입법’이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10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120만 개 품목의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에 대해 사전에 포장 재질과 포장방법을 검사받도록 하는 법안까지 나왔다. 수많은 경제주체가 얽혀서 예측불허의 상호작용을 빚어내는 게 경제다. 경제흐름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못 갖춘 어설픈 이상론자들이 쏟아내는 기업 활동 ‘족쇄 채우기’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해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당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장재의 의무적 전수검사라는 단선적이면서도 우격다짐식 방법을 들이밀었다. 신·구조문 대비표를 포함해 7쪽짜리 개정안에서 △현실적으로 전수검사가 가능할지 △검사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지 △기업 부담과 소비자 후생 감소는 어찌 될지에 대한 고려는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인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대표발의자가 환경, 산업, 법에 모두 비전문가란 점도 불안을 키운다.
정부·여당이 원리주의에 가까운 1차원적 발상에 근거해 경제현장을 질식시키는 것은 낯익은 장면이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며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택배기사 보호를 표방하며 배달산업 혁신의 싹을 짓밟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택배법)이 대표적이다. 저소득층 보호를 외치며 거세게 몰아붙였다가 알바 일자리마저 없앤 최저임금 급격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내세우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말할 것도 없다. 포장 폐기물을 줄인다며 묶음 제품의 할인판매 금지를 추진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도 넘은 기업 발목잡기로 인해 정부·여당을 향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현장의 절규가 쏟아지지만, 정작 ‘한 번도 땀 흘려 돈 벌어본 적 없는 이들’은 뭐가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모습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국회에서 ‘자원재활용법’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현실에 무지한 이들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현장의 목소리엔 또 귀를 닫는다. 우리 경제가 처한 비극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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