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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는 소송’을 계속 맡기는 고객은 놀랍게도 정부기관인 관세청이다. 사람의 전신을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을 막겠다며 패소가 확정적인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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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세청은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의 리얼돌만 통관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금지했다. 리얼돌을 수입하고 싶은 업체는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라는 게 관세청의 입장이다. 예상대로 지난달 또 다른 업체가 제기한 1심 소송에서도 관세청은 패소했다. 관세청은 이에 불복해 이달 초 항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관세청을 상대로 한 리얼돌 소송전은 20~3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관세청의 조치에 행정력 낭비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온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한 법조인은 “민간업체 괴롭히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리얼돌 수입업체의 소송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아홉 건 이상의 개별 리얼돌 통관 소송에서 관세청이 모두 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얼돌은 국내에서도 제조되고 있다”며 “수입 리얼돌만 막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체들의 패소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이 국민 세금으로 ‘지는 소송’을 계속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소송 한 건에 최소 수백만원의 소송비용이 들고 1심에 불복해 2심까지 가면 금액이 또 추가된다. 한 리얼돌 수입업체의 승소를 이끈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세관에 ‘인지송달료를 포함한 460여만원의 소송비용을 업체에 돌려주라’는 결정을 냈다”고 소개했다.
관세청이 리얼돌 소송에 쓰는 비용은 노석환 관세청장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본지는 리얼돌 소송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냈으나 관세청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노 청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사비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과 같이 ‘져도 되는 소송전’을 계속 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