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가 올 하반기 시행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0%→연 20.0%)를 계기로 대형 대부업체 3곳 중 1개 업체만 살아남는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가 서민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신용도가 우수한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 영업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나머지 업체들은 연 20% 이하의 금리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7~10등급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거나, 담보대출 위주 소규모 영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가 대출을 내주던 서민의 생계를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곳 중 2곳은 영업 중단 수순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대형 대부업체 중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업체에 자금조달에 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올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자격요건으로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고 최근 3년안에 제재를 받지 않은 대형 대부업체(자산 50억원 혹은 100억원 이상) 등이 거론된다. 인센티브로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으로 한정된 자금조달 창구를 은행으로 넓혀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던 서민들의 돈줄이 끊길 우려가 있어 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량 대부업체를 통해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대형 대부업체 3곳 가운데 1곳 정도가 ‘프리미어리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274곳,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395곳이다. 이 중 금융위는 100곳 안팎의 대부업체를 인센티브 부여 대상으로 꼽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미즈사랑·원캐싱)와 웰컴크레디트라인대부(웰컴론), 바로크레디트대부, 태강대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 가운데 나머지 174곳도 앞으로 신용대출 영업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서 조달해도 대출금리 높아”
저신용자들에게 신용대출을 해오던 대부업 대출은 급감하는 추세다. 17일 금융감독원의 ‘2020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 신용대출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0%로 인하된 2018년 6월말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7조8000억원으로 4조원 감소했다. 2년간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있던 기존 대출도 줄이고 있다”며 “연체율이 높은 7~10등급 저신용자가 담보 없이 신규 자금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계 조달비용(금리원가)은 대손비율 10%~12%, 중개수수료 4%, 조달금리 5% 정도로 구성된다. 원가로만 연 19%에 가까운 셈이다. 여기에 임차료나 인건비 등 관리비용이 추가된다.
은행으로 자금창구를 넓혀 조달비용을 줄여주겠다는 ‘프리미어리그’ 지원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에서는 대부업을 대출금지업종으로 내규에 정해놨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대출을 내주거나 예금담보대출에 한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은행 관계자들은 “2금융권이 아니라 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대부업자의 신용이 바뀌는 게 아닌 이상 대출금리에 큰 차이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계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문제다. 은행도 ‘평판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산은·기은캐피탈에서 연 5%로 빌렸다는 이유로 폭리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며 “원가를 따져보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인데 아직 대부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지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