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보유자산 1000만달러(약 110억원)가 넘는 부유층 위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온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1000달러(약 110만원)만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연내엔 디지털플랫폼에서 중소규모 예금계좌도 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의 금융서비스 진입 문턱을 낮춰 대중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개인용 자산관리 플랫폼 앱인 '마커스 인베스트'를 정식 출시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걸쳐 자산을 자동으로 분배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향후 골드만삭스의 금융상품과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골드만삭스는 마커스 인베스트 최소 가입 기준을 1000달러로 정했다. 연 수수료는 0.35%다. 작년 12월 사내 시범운영 당시 발표한 연 0.15%보다는 수수료가 올랐다.
골드만삭스가 이번에 출시한 서비스는 기존보다 투자 문턱을 크게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그간 자산 규모 2500만달러(약 277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해왔다. 자산관리 서비스 최소가입요건은 1000만달러 이상이었다. 투자자문료는 약 1%를 받았다.
마커스 인베스트는 ETF 투자 등 골드만삭스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위주로 서비스한다. 주식 개별종목을 사고파는 기능은 빠졌다. 로빈후드 등 최근 개미투자자들을 대거 모은 금융서비스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는 최근 '게임스톱 공매도 대전'에 참여했거나 비트코인 등에 베팅해 빠른 수익을 내려는 '레딧형' 개인투자자보다는 은퇴 후 투자계획을 모색하는 장기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분석했다. 레딧은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들간 게임스톱, AMC 등 일부 종목을 대거 매집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던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서비스 대상을 넓히고 있다. 투자은행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소비자은행 부문 수익을 높여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마커스 플랫폼을 출범하고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온라인 대출을 시작했다. 당초엔 마커스 인베스트를 작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출시 시기를 연기했다.
다른 유명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찰스슈왑은 증권거래플랫폼 TD아메리트레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에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를 인수했다. 뮤추얼펀드인 피델리티도 수수료가 무료인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마커스 인베스트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디지털 당좌예금 계좌도 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향후 5년 내에 보유 중인 소비자예금을 기존 대비 두 배인 1250억달러로 늘리는게 목표다. 골드만삭스 소비자·투자운용부문의 에릭 레인 글로벌 공동대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를 대출, 저축예금, 카드서비스, 자산운용 부문 등으로 골고루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