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박서현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현대인들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펜데믹 시대에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말한다.
‘코로나 블루’뿐만 아니라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는 ‘코로나 레드’라 하며, 절망감이나 암담함을 느끼는 경우는 ‘코로나 블랙’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건강 상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지난달 ‘온국민마음건강 종합대책(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확정해 전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현대인의 10명 중 4명이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를 경험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며 정신장애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의 '마인드프리' 프로그램이다.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김민아(부산대 경영학·4), 서이정(동아대 산업디자인학·2), 이지연(경북대 심리학·3) 씨를 만나봤다.
'마인드프리'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김민아: 궁극적으로 정신장애인도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하는 팀이다.
서이정: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는 팀이다.
이지연: 정신장애인들의 온·오프라인 전시회 개최를 시작으로 텀블벅 펀딩을 통해 '마인드프리'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보고자 했다.
'마인드프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김민아: 주변에 우울증이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이 두려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줄 수는 있지만 해결해 줄 수 없는 게 속상했다. 동시에 왜 마음이 아픈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 생각만 한다고 변화하는 건 없다고 생각해 지난해 초에 '마인드프리'를 직접 기획하게 됐다.
서이정: 지난해 7월에 공모전 정보를 찾다가 '마인드프리' 지원 포스터를 발견했다. 포스터에는 여러 팀이 있었지만 '마인드프리'가 눈에 띄어 지원하게 됐다.
이지연: 심리학과에 재학 중이라 평소에도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정신질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일깨우고, 해소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 생각해 '마인드프리'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괜찮아요, 展’, ‘녹는점: 마음의 온도’라는 전시회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는데, 해당 전시회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진행 과정은 어땠나
김민아: 2020년 상반기에는 정신장애 당사자 및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매거진을 발행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도 정신질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신장애인 재활센터에서 예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들의 작품을 모아 설명과 인터뷰 내용을 함께 실었다. 코로나19 상황과 타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회를 모두 진행해 다양한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전시회를 진행한 후,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김민아: 자기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질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관람평이 많았다. 정신질환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과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평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 또한 온라인 전시회는 관람수가 5만이 넘고, 오프라인 전시회 관람자 수도 400명을 넘는 등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해 주셔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다.
서이정: 온라인 전시회는 댓글을 달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시회였다', '공감이 됐다' 등 좋은 평을 많이 해 줘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느꼈던 시기였기에 긍정적인 관람평이 나에게 확 와닿아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지연: 실제로 인식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 그러나 관람객뿐만 아니라 작가님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
'마인드프리'에서 텀블벅도 진행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김민아: 텀블벅은 상반기 진행을 합쳐 두 번 진행했다. 추가 주문까지 총 300만 원 이상을 모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상반기와는 다르게 정신질환을 잘 모르는 분들도 '마인드프리'에 관심을 가지고, 팔로우 수도 늘어나는 등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서이정: 성공 금액을 다소 높게 측정했다고 생각해 불안했다. 그러나 많은 관심을 얻었고, 80명의 후원자 덕분에 성공 금액을 충분히 넘긴 127%를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마인드프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추가 주문을 받기도 해 대략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이지연: 펀딩이 종료된 이후에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많이 문의해 주고, 추가 후원도 해 주셨다. '마인드프리' 취지에 공감해서 구매한 분들도 계실 것이고, 단지 노트북 파우치가 예뻐서 구매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 동기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소비가 편견 없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했다고 생각한다.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인드프리' 일원으로 한경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민아: 정신질환을 생각하면 단순히 무섭다, 두렵다 등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아픈 것도 육체적으로 아픈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
서이정: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작가님들이 해 주신 말이 있다. 정신질환은 그냥 감기와 같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기는 독한 감기일 때도 있고, 가벼운 감기일 때도 있는 것처럼 정신질환의 종류도 다양하고, 누구에게 언제 올지 모르는 질환이다. 덧붙여, 만약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찾아오더라도 당황스러워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사람들의 도움 받기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인드프리'는 항상 여러분들의 모든 마음과 함께 하겠다.
이지연: 어떤 일이 본인에게 상처가 됐고, 스스로 상처를 충분히 보듬으려 애썼음에도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를 만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주위의 시선들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고, 본인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은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이를 제대로 보듬거나 치료할 수 없을 때 정신질환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신체적인 문제나 호르몬의 불안정성 때문일 수도 있다. 정신질환의 다양한 원인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편견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변인이나 친구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 장난이라도 '정신병자니?'와 같은 발언을 삼가면 좋겠다. 모든 정신질환자가 일탈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일탈된 행동이 정신질환자를 뜻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혐오 섞인 발언은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삭막한 사회에서 서로의 상처를 더 비난하고 조롱하기보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tuxi0123@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