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월호 관련 사건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것은 김석균 전 청정과 해경 지휘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세월호 관련 사건에 법리적으로 무리한 기소를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판부 "업무상 과실 인정되기 어려워…교신 노력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업무를 소홀히 해 수백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15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은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재두 전 3009함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석균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이 다치게 한 혐의로 작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석균 전 청장 등이 세월호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 등으로 인명을 구조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석균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하는 등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구조세력과 각급 상황실 사이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김석균 전 청장 등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해경 123정은 관련 구조세력과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세월호 대형선박에 대한 지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경 전체 차원 문제"라며 "체계 정비가 안된 것에 대해 해경 지휘부인 피고인들에게 관리 책임에 대해 질책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구조 업무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을 묻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가 사고 초기 완만하게 경사가 기울다가 일정 시점 이후 빨리 침몰했는데 이는 선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구조세력이 현장 도착 이후 보고까지 불과 10여분 만에 선내 진입, 구조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석균 청장 등이 사고 발생 초기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만 여러 차례 했을 뿐 사고 상황이나 대피 방법·탈출 지시 등은 없이 퇴선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퇴선 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들은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 방송을 했다는 대답만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특조위 방해' 이병기·조윤선·김영석도 2심서 무죄
지난해 12월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당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이준영 최성보)는 조윤선 전 수석, 이병기 전 실장,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1심과 같은 무죄를,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1심보다 형량이 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5명은 특조위 내부 상황과 활동 동향 파악,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방안 마련과 실행 등을 실무자들에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조윤선 전 수석 등이 청와대비서실 소속 또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하게 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아 법리상 직권남용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직권을 남용하는 상대방과 권리행사에 방해를 받는 상대방은 동일인이어야 하는데, 김영석 전 장관은 해수부 소속 공무원에게 복귀명령을 함으로써 특조위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앞에서 언급한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직권남용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처럼 최근 열린 세월호 관련 사건 재판에서 법원이 '고의성' 등의 이유로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 측에서 세월호 관련 사건에 법리적으로 무리한 기소를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열린 김석균 전 청장 재판에서 재판장은 선고를 마치며 "세월호 사고는 모든 국민들께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면서도 "여러 측면에서 살펴 돌이켜 봐야 하고 법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안타까운 일임에도 법리적으로 무리한 수사나 판결이 내려져선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