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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까지 술집 영업"…천안으로 몰린 '원정 회식' 인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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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까지 술집 영업"…천안으로 몰린 '원정 회식' 인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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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8일 0시를 기점으로 비수도권 카페, 식당,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기존 오후 9시까지 영업을 유지했다. 수도권은 아직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 비수도권만 영업시간을 한 시간 늘리자, 오히려 수도권과 인접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경기도 평택과 충청남도 천안이 대표적이다. 두 곳은 행정상 구역이 달라 서로 다른 거리두기 방침을 적용했지만 실제론 차로 20~30분 거리라 사실상 동일 생활권이다.

평택 자영업자들은 "한 분 한 분이 아쉬운 상황에서 손님까지 빼앗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등의 성토가 빗발쳤다. "집단감염 사태 종교단체들에 대한 집중된 대책 없이 애먼 자영업자만 잡는다"며 울분도 터져나왔다.
"저녁 7시부터 만석"…평택서 천안으로 인파 몰렸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6시40분께. <한경닷컴>이 찾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두정역 1번 출구 앞엔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술 마시면 안 추워"라며 깔깔대고 웃는 남녀 무리는 '풍선효과'를 암시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두정동 사람 많댔는데" "뒤에 줄 봐봐. 딱 봐도 많을 것 같아"라고 했다. 다른 남성은 "평택에서 술 마시러 이쪽으로 나오겠지"라고 말을 받았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역에서 택시로 5~10분 거리에 있는 '먹자골목'. 젊은층 유입 인구가 많다는 택시기사 말처럼 적지 않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가게 앞을 서성이던 직원이 "들어오십쇼! 잘해드리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대목을 맞아 호객행위 하는 이들은 골목당 서너명 정도 배치돼 있었다.


이른 저녁임에도 골목마다 즐비한 술집 안 테이블들은 어림잡아 80%가량은 채워졌다. 몇몇 경우엔 오후 7시께 이미 만석이었다. 손님들 대화 소리와 큰 음악 소리, 상인들 소리가 뒤엉켜 골목 주변이 혼잡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게 내부에는 테이블 간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신식 건물이 많고 가게 종류가 다채로워 천안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신불당동 먹자골목의 인파는 더 늘었다. 골목에 위치한 한 횟집 직원은 "이번 주 영업시간이 10시로 풀린 뒤 사람이 2배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술집마다 만석이었다. 너댓명가량 대기 중인 가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유명 포장마차 앞에선 10여명이 담배를 피우고 대화하기도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포장마차 가게 직원은 "지금 사실 너무 바빠서 인터뷰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식사에 가볍게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곱창, 고깃집 같은 경우도 테이블 열에 아홉은 채워진 상태였다. 천안 신불당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나모씨(43)는 "오늘 설 연휴 전이라 더 많은 것 같긴 하다"며 "사실 저희보다는 호프집이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기본 영업을 시작하는 시각 자체가 늦다 보니까 아무래도 9시 영업과는 다르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천안 시민들 "방역조치 나올 때마다 수도권에서 내려와…우려돼"
천안 시민 중 상당수가 이날 천안에서 나타난 인파의 원인으로 수도권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에 의한 '풍선효과'를 꼽았다.

천안과 평택을 오가며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 최모씨(53)는 "사실 이번 주 10시로 영업 풀린 뒤, 특히 어제 손님이 많았다"며 "동료 기사는 어제 두정역에서 무더기를 이룬 무리를 먹자골목에 내려줬다고 하더라. 천안에는 평택에서 이같은 무리들이 많이들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지역별 방역조치가 달라서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경우는 예전부터 많았다. 천안 당구장에 천안 사람이 별로 없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이미 천안 시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천안 거주자로서 수도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내려올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는 "나라도 친구와 모임하게 되면 당연히 천안 쪽으로 모이겠다. 굳이 9시 영업에 찾아갈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먹자골목에 들렀다는 천안시민 유모씨(31)는 "이미 지역별 방역조치가 달랐을 초기부터 경기, 서울 사람들이 많이들 놀러 왔다"며 "거주자라면 익히 알고 있다. 우려 있지만 이제는 이동을 막을 수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신불당동 유료주차장을 운영하는 임모씨(60)도 "이번 주 영업시간이 10시로 바뀌면서 인파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주의 2배를 넘어선 것 같다"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만차가 없었는데, 오늘은 만차다. 저녁 8시만 되면 주변이 휑했는데, 오늘은 8시10분이 됐는데도 사람들 정말 많지 않은가"라며 두리번거렸다.

임씨는 "평택에서 오는 사람 많다. 여기 앉아서 술 먹고 대리 불러가는 사람들 보면 타 지역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지역별로 하니 풍선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사람들이 지역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유입되면 우려되는 부분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차라리 조치를 전국으로 통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평택 자영업자들 "소비 똑같은데 우리만 잡아…지역상인 큰 피해"
경기도 외곽 지역 상인들로선 그나마 종종 있던 지역 내 고객까지 타 지역으로 빼앗긴 셈. 이 때문에 평택 내 자영업자 사이에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피해가 심각해 울 지경인데 지역 상인만 죽어나란 것"이란 볼멘소리가 빗발쳤다. 이들은 "이미 수차례 겪었기 때문에, 비수도권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발표된 순간부터 풍선효과가 일 것이란 것은 예상했다. 이제는 반포기 상태"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닭요리 전문점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성모씨(36)는 "풍선효과는 이미 나올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며 "이전에 카페 실내취식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눴을 당시, 손님이 '이제 카페에 가기 위해 천안으로 가자'라고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니 마음만 먹으면 이동할 수 있지 않나"라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성씨는 "얼마 전에도 9시 영업이라고 하니 '천안은 되는데 왜 안 되나. 그럼 천안으로 다시 넘어가야겠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며 "사실 손님 한분 한분이 아쉬운 상황에서 마음이 너무 안 좋다. 형평성 생각도 안 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방역조치, 이해 안 가는 면이 너무 많다.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느낌도 든다"며 "설 연휴가 가장 피크인데, 진짜 구멍을 메울 기회조차 없으니 너무 힘들다. 지역별 시간 제한보다는 인원수별 거리두기 간격, 미터당 수용인원 등의 구체적인 수칙이 정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15년 이상 평택역 인근에서 장사를 했다는 해장우동 전문점 주인 황모씨(49)는 "이미 매출은 지난해 대비 70% 떨어진 상태다. 진짜 IMF 당시에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눈 방역조치는 평택 상인 입장에선 너무 큰 피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조치 있을 때마다 충남 쪽으로 많이들 넘어갔다. 이미 예상은 했다"면서 "그런데 사실 방역 효과 면에서 의미도 없지 않나. 소비는 똑같이 이뤄지는데 지역 간 이동을 하니까, 이러면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상인 몫"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황씨는 "현 정부의 방역 대책 전반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 사실 지금 계속 집단감염 나오는 것은 종교단체가 주를 이루지 않나. 그럼 그쪽에 집중해야지 왜 우리를 이렇게까지 잡는지 모르겠다"며 "생계 급한 사람들, 대출 갚는 사람들 정말 힘들어서 울 지경이다. 그 분노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끝으로 그는 "정부에서 지원금 100만원가량 주겠다고 계속 말하는데 그것으론 모든 자영업자가 생계를 버틸 힘이 없다. 차라리 세부지침 잘 세워서 영업 완화해주는 게 훨씬 낫다"며 "전염병 중요한 것 알지만 당장 내가 처한 생계가 위협받고 있지 않나. 현장 목소리 좀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홀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70)는 매출표를 보여주며 "지금 매출 타격 정도가 아니다. 어제 3만2000원, 그제 8만5000원. 가겟세 200만원에 전기요금까지 하면 300만원인데, 지금 장사로는 가겟세도 못 낸다"며 "아닌 말로 아예 문을 닫으라는 게 낫다. 남들 여는데 안 열 수도 없고, 혹시 한푼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나온다. 정말 힘들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9시 영업 제한은 말이 9시지 사실상 8시다. 9시에는 꼭 정리해야 하는데 8시에 온 손님에게 한 시간을 드릴 순 없지 않나"라며 "사실 노래방, PC방의 경우 최소 12시까지는 영업을 해야만 생계유지가 된다. 근데 10시까지만 해달라고 한 것인데 이렇게 나눠버렸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해당 조치를 내놓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측도 수도권 접경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수본 관계자는 "수도권과 하루 생활권이기에 천안 등 접경지역에서 풍선효과 있을 것은 예상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 수준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도권에는 방역에 더 중점을, 비수도권은 경제적 부분까지 고려해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주 기준 최선의 균형점을 찾은 조치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나 이동, 여행 등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한 효과도 감안이 됐다"며 "설 연휴 이후 적용될 조정안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사실 조치 완화로 가닥을 잡았다고 확답드리긴 어렵다. 그때의 환자 수를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전문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영업시간 제한을 달리하는 조치로 인한 방역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영업시간이 아닌 중장기적 방역 대책을 세워 꾸준히 지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조치가 방역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개연성은 크지 않다. 풍선효과도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라며 "효과 면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미미한 보여주기식 조치이자 행정편의적인 방역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우주 교수는 "더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1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떠한 조치가 방역효과가 높고, 형평성을 갖추면서도 현장 수용성이 크고, 실효성이 있는가 등에 대한 부분을 잡을 수 있다"며 "이를 제외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불필요한 조치는 삭제하고, 새로운 방역수칙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데 같은 대책을 반복하면 방역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계속해서 종교시설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핵심적인 문제, 방역 단속과 조치를 집중적으로 타겟팅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탓"이라며 "더는 권의주의식 탁상행정으론 버틸 수 없다. 실사구시 정신으로 현장에 적합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안=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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