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빕스(VIPS)는 1997년 문을 열었다. IMF로 국가적 경제 타격이 심했던 시기. '호텔에서 즐기는 최고급 스테이크를 가족 모두 편하게 즐기게 하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브랜드다.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로 약 20년 간 승승장구했지만 경쟁사가 늘고, 패밀리 레스토랑 전성기가 꺾이며 위기를 겪었다.
빕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배달 전용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를 통해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배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빕스의 부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우리집 외식' 소비 확산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모두가 모든 음식을 배달하는 시기'에 압도적 성장을 할 수 있던 배경은 5년 넘게 지속해온 '혁신 경영'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빕스의 변신은 2019년 본격화 했다. 데이터 경영을 본격 도입해 20년 넘은 기존 매장들을 바꿨다. 다른 브랜드가 배달에만 전념할 때 초격차 프리미엄 매장을 선보이기로 했다. 서울 등촌점을 시작으로 목동, 인천, 안양, 광주 등 주요 거점 매장을 '빕스 프리미어'로 다 바꿨다. 해산물 요리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반영해 찜 요리 중심으로 바꾸고, 육류의 기름을 뺀 BBQ 메뉴를 늘렸다. 스테이크를 제외하곤 간이 뷔페식으로 운영하던 피자, 샐러드, 디저트 부문을 각각 전문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LG전자와 협업·개발한 셰프봇 ‘클로이’가 1분 만에 각종 국수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매장에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외식경험을 주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전국 프리미엄 매장들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존 매장 대비 2배 높은 매출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프리미어 매장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빕스는 배달 중심의 외식 시장에서 사람들이 먼저 찾는 스테이크 브랜드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7년간 쌓아온 업력은 '배달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됐다. 전국 빕스 매장 셰프들은 스테이크, 피자 등 빕스의 베스트셀러 메뉴들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밀키트, 배달전용 상품 등으로 개발했다. '떠먹는 피자' '시그니처 스프' '빕스 샐러드' 등이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2019년부터 사업 구조조정을 하며 비대면 소비, 특별한 외식경험을 큰 테마로 움직였다"며 "레스토랑에서 먹던 맛을 집에서 누구나 쉽게 즐기게 하자는 전략으로 일찍감치 전환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경영도 성공의 한 축이다. 배달 주문 메뉴와 주문량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구성과 패키지를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2~3인을 위한 메뉴는 스테이크·피자·파스타 중심 세트로, 3~4인 소모임에 좋은 얌파티 세트 등 인원별로 최적화한 세트 구성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사무실 나 홀로 식사족, 1인 가구를 위한 ‘싱글 플래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테이블 매트와 친환경 배달 전용 용기에 포장해 집에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