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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사실상 무산 수순…“기습 발의 막을 제도적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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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2월09일(18: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월 말 참여연대·노동단체들의 발의로 추진된 포스코 삼성물산 등 7개 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이 국민연금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국민연금의 첫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 시도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뛴 특정 단체의 기습 발의가 그대로 안건화되는 등 국민연금 주주활동 절차의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탁위 주주제안 여부 판단 거부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9일 오후 2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책임투자 인덱스(지표)를 비롯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 전반을 검토했다. 이날 수탁위에선 지난 5일 수탁위에서 논의했던 투자 기업 사외이사 선임 주주제안에 대해 추가적 논의를 진행했지만 수탁위에서 결정할 내용이 아니라는 결론을 재확인했다. 수탁위는 설 연휴 이후 두 차례 수탁위를 열어 입장을 정리한 뒤 2월 하순 열릴 기금위로 넘길 전망이다.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3월 정기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 방식으로 해당 회사에 관련 문서를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들의 주총이 3월 중하순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긴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기금위에선 참여연대 측 이찬진 위원 등 위원 7명이 삼성물산, 포스코, CJ대한통운,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7개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제안했다.

포스코와 CJ대한통운에 대해선 산업재해 발생이나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주주제안의 이유로 들었다. 삼성물산에 대해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KB금융·우리금융지주·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에 대해선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 피해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안건은 기금위 내 경영계 위원들의 반대로 의결이 보류됐다. 예고 없이 사외이사 추천이라는 중요한 안건이 발의된 것은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기업들 대부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기금위는 산하 기구인 수탁위에 검토를 맡겼다.

하지만 수탁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수탁위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다.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제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금위의 역할이고, 수탁위의 권한은 기금위 결정이 이뤄진 뒤 개별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 등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 수탁위 측의 판단이다.

◆정상적 절차 유명무실화...제도 개선해야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연금 주주활동 프로세스의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9년 10월 기금위원 20명 중 7명의 동의를 얻으면 기금위원이 독자적으로 안건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비상근 위원들로 구성된 기금위의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주주제안 안건은 이 규정을 활용해 정상적인 안건화 과정을 건너뛰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안건은 기금위 내 민간위원인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가 기금위 3일 전 갑작스럽게 발의하면서 회의에 상정됐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 측은 경영계 등 다른 기금위 참여 단체들에겐 발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기습적인 발의에 해당 안건은 기금위 안건을 사전 검토하는 전문가 기구인 실무평가위원회도 거치지 않은채 곧바로 논의에 부쳐졌다. 최소 2~3주 전 기금위 간사인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체 참여 단체의 의견 회람이 이뤄진 뒤 실평위 검토를 거치는 일반적인 안건화 절차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셈이다.

작년 초까지 수탁위 위원을 지낸 바 있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제안 여부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책임감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면서도 "전체 기금위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특정 단체 주도의 기습 발의가 가능한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이 강조되는 기금위가 특정 기업에 대한 주주활동을 안건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주주활동 절차를 건너뛰고 전문성이 충분치 않은 기금위가 곧바로 특정 기업에 경영참여까지 결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너무 큰 불확실성을 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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