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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현의 논점과 관점] '집값, 될 대로 돼라'는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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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부든 집값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공급을 결정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개발예정지 주민과 환경단체,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염분이 다량 함유된 모래로 지어져 위험하다”는 이른바 ‘바닷모래 파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 정부도 뉴타운·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토건족(族) 배불린다”는 공격을 받았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의 이력도 한몫했다. 1기 신도시는 지은 지 30년이 됐는데 끄떡없고, 이명박 정부는 관급공사에서 원가를 하도 후려쳐 민간 건설사들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게 실상인데 말이다.
'정치적 부담'에 공급결단 회피
문재인 정부와 가장 닮은꼴로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세금 폭탄’, 분양권 전매제한 같은 수요 억제책이 주로 조명받지만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 12곳이 ‘노무현 작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공급카드’를 내는 걸 미적거리지도 않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와 파주 운정신도시가 임기 첫해였던 2003년 지정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집값 안정세가 노무현 정부에 일부 기댔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모두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시장원리를 존중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대조되는 게 이 지점이다. ‘분배정의’라는 좌파 이념에 갇혀 공급을 끝까지 주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에야 3기 신도시 다섯 곳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최근 발표한 2·4 공급대책도 마찬가지다. ‘특단의 공급’이라더니 가정에 가정을 더해 언제, 어디서 현실화할지 알 수 없는 ‘숫자놀음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이점은 “전국에 83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면서 예정지를 안 밝힌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새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공공 직접시행 정비, 도시재생 사업 모두 역세권 땅과 준공업지, 정비사업지 등의 집주인 땅주인 건물주가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83만 가구는커녕 한 가구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 당일 “쇼크 수준의 공급 확대로 시장이 확고한 안정세에 접어들 것을 확신한다”(홍남기 부총리)더니 다음날 “2·4 대책의 성공 여부는 땅주인과 건물주에게 달렸다”(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며 발을 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급기야는 “이번엔 믿어달라”(변창흠 국토부 장관)고 ‘읍소 모드’다.
역대 이런 정부 없었다
정부가 “2025년까지 83만 가구를 공급할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했지, 그만큼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그런 만큼 실제로 공급이 완료될 때까지 얼마가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소유주 동의, 현금청산 같은 파장 큰 과정이 겹겹인 만큼 2025년 이후로도 수년 더 걸릴 공산이 크다. “10년이 최단기간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예측하는 일을 주택정책의 ‘선수’들인 정책 책임자와 공무원들이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불로소득 엄단’이란 지고의 가치를 거스를 수 없어 혼란만 더할 면피성 대책을 또다시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년여밖에 안 남은 마당에.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2·4 대책은 “집값이 어떻게 되든 더는 알 바 아니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규제를 풀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저 이번 정책에 따른 시장 혼란이 크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부동산 정책사(史)에 이런 정부는 없었다.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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