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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국가의 부채는 국민의 자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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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모든 사람에게 닥쳤지만 특히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집중된 측면이 있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이 불가피하듯이 방역을 위한 정부 정책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복구 지원은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런데 얼마만큼의 지원을 어느 범위에서 하느냐에 대해 논란이 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이 와중에 국가의 부채는 국민에게서 빌려오는 한 늘어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주장의 요체는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그 나라 국민이 사들이면 나랏빚이 생겨난 만큼 국채라는 자산이 국민에게 생겼으므로, 결국 부채와 자산을 상쇄하고 나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이 주장은 국채가 발행되는 당시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면 항등식으로 성립한다. 그러나 자산으로서 채권의 가치는 발행 시 장부 값으로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정부가 100만원의 국채를 발행해 국민이 사들였다고 가정해 보자. 나라가 앞으로 갚아야 하는 돈은 100만원인데 그 돈을 받을 사람인 국민은 100만원의 자산이 생겼다. 즉 빚을 져서 나라는 100만원만큼 가난해졌는데 자산을 가진 국민이 그만큼 부자가 됐으니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지만 이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빌린 100만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이런 식으로 돈을 빌려도 문제가 없는지를 결정한다. 100만원의 돈을 정부가 신기술 혁신에 투자해 다음 해부터 국민 소득 증가가 생긴다면 세수가 늘어나고 국민은 자산으로 갖고 있는 국채에 대해 원금과 이자까지 받아 부자가 될 것이다.

반면 정부가 일회성 소비에 이 돈을 탕진했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회성으로 생산이 증가하는 효과는 있지만 일회성 소비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하지는 않으므로 정부 부채는 소비로 소진되고 만다. 그러면 정부가 국민에게 갚아야 하는 국채는 어떻게 되는가? 그 국채를 갚기 위해 미래 국민에게서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이들은 과거 국채 발행으로 인해 더 부유해진 바가 없으므로 그만큼 가난해지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국가가 발권력을 행사해 계속 돈을 찍어내서 만기가 되는 국채를 갚고 또 꾸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금리가 0에 가까우므로 이자 부담도 없고 만기가 되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새로 돈을 찍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미국의 일부 진보 진영에서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이란 이름으로 제안했는데 미국이 기축통화국일지라도 이 주장은 허구다. 왜냐하면 아무리 달러라고 해도 너무 많아지면 아무도 달러를 중하게 여기지 않고 결국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빼앗기게 될 것이다. 더욱이 기축통화가 아닌 한국의 경우 통화의 지나친 증발은 국가 신인도 하락을 가져와 20여 년 전 겪은 외환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제로금리 상황을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제로금리 때문에 통화정책이 무력화됐는데 경기가 회복되는 대로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예상되고 그러면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 과다한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 비싸지는 금리로 우리 경제가 취약해질 것은 자명하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 재정 지출을 늘려도 무방한지 아닌지는 재정 지출이 미래 국민 소득 증가에 도움을 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급박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선제적 재정 지원은 후일 이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 국민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우리 자식들이 동의하지도 않은 돈을 미리 써버리고 그들에게 부실 채권을 남겨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런 못된 부모가 되고 싶은지를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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