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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부담부 증여' 절세효과 있지만…자녀가 직접 빚 안갚으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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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대폭 강화하면서 자식 등에게 주택을 미리 넘겨주는 증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연간 증여 건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8만9312건에 머물렀지만 2018~2019년 연간 11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5만2427건으로 급증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특히 절세 목적의 ‘부담부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택을 자식에게 증여하면서 대출금이나 임대보증금도 같이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하면 증여세와 취득세 등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고가 주택이면 부담부 증여가 그냥 집을 파는 것보다 세금에서 손해가 날 수 있다. 또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안 되는 자녀에게 섣불리 증여해줬다가는 국세청의 ‘현미경 검증’에 적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택가격 고려해 증여 방식 결정해야
서울에 사는 2주택자 김모씨는 5억원에 취득해 현재 시세가 10억원, 공시가격 7억원인 아파트를 팔지, 자식에게 물려줄지 고민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보증금 6억원에 전세를 준 상태다.

현 시세로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는 2억4600만원(지방소득세 포함) 나온다. 그렇다고 집을 그냥 자식에게 증여해주면 세금(총 3억500만원)이 더 많이 나온다. 증여세를 2억1800만원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식에게 명의를 넘겨줄 때 증여취득세도 8700만원 부과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증여를 막으려고 작년부터 증여취득세율을 3.5%에서 12%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때 부담부 증여를 택하면 세금이 줄어든다. 증여된 금액이 현재 주택 시세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4억원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여세도 5800만원으로 대폭 감소한다.

다만 부담부 증여 때는 양도소득세가 추가로 붙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선 채무(보증금)가 사라져 이득을 본 것으로 간주돼서다. 부담부 증여 때의 양도세는 주택 시세에서 전세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계산하는데, 이 경우엔 1억3600만원이 나온다.

취득세 절세 효과도 크다. 보증금 6억원분에 대한 취득세는 증여취득세가 아니라 일반 매매 시 취득세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인 자녀의 경우 세율이 1~3%로 작다. 취득세는 총 2600만원 나온다.

결론적으로 부담부 증여 시 총 세금은 2억2000만원으로 제3자 양도(2억4600만원)와 일반 증여(3억500만원) 때보다 적다.

하지만 항상 부담부 증여가 세금에서 유리한 건 아니다. 특히 증여 주택이 초고가이면 되레 불리할 수 있다. 보증금을 빼더라도 증여가액이 10억원이 넘으면 40~50%의 높은 증여세율이 적용돼서다. 예컨대 증여 주택이 25억원, 보증금(또는 대출금)이 10억원인 경우엔 부담부 증여를 해도 증여세만 4억700만원이 나온다. 반면 이 주택을 양도차익 7억원을 남기고 팔면 양도세는 3억6000만원(2주택자 경우)이다. 증여가 손해다.
“소득 여건 되는 자녀에게 물려줘야”
부담부 증여를 할 때는 이것 말고도 주의해야 할 점이 더 있다. 우선 부모가 집과 함께 넘긴 채무는 자녀 스스로 갚아야 한다. ‘일단 집을 부담부 증여해 놓고 보증금을 나중에 슬쩍 갚아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세무당국이 이런 부분에 대해 정밀 검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이나 보증금이 먼저 있는 상태에서 증여해야 부담부 증여가 인정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증여를 받는 날 임대차계약을 동시에 맺는 경우는 부담부 증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 간 차용증은 제3자와 쓰듯
국세청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 구입비를 지원하는 경우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증여세 신고 없이 거액의 자금을 주는 관행이 줄고, 금전대차계약서(차용증)를 쓰고 돈을 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차용증만 써 놓으면 문제 없겠지”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우선 계약서의 내용이 상세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제3자와의 금전대차계약서와 똑같이 채무 상환 기간과 방법, 이자율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자율은 가급적 연 4.6%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세법이 가족에게 금전을 차용한 경우 4.6%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자율이 4.6%에 못 미치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차용 금액이 큰데도 원리금을 일시 상환하게 한다거나, 상환 기간이 지나치게 긴 경우 등도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우 팀장은 “이자율 외에는 차용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은 없다”면서도 “가족이 아닌 사람과 거래할 때도 이렇게 후한 조건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상식에 부합하는 선에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용증 작성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세청은 작년 하반기부터 가족 간 차용증이 작성된 이후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부채 상환 관리 점검 횟수도 기존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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