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서울시는 묵묵부답입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모임 대표 현모씨(57)는 “엄동설한에 병원 밖으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며 가슴을 쳤다.
서울시가 지난달 행복요양병원을 비롯해 세 곳의 요양병원을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하면서 기존 환자와 가족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은 코로나19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고연령 확진자를 수용하는 곳이다.
행복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 262명은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용을 위해 2주 안에 병실을 비워달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현씨는 “사전 설명도,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없었다”며 “오죽하면 환자 가족들이 생업을 내팽개치고 피켓을 들고 시청 앞으로 나갔겠느냐”고 했다. 서울시는 아직 기존 환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코로나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오후 9시 이후 영업 중단 조치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모두 서울시가 먼저 시작했지만, 시민과의 소통은 없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강력한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왔다”며 “그때마다 시민들의 ‘희생’ ‘절제’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엄포에 가깝다”고 했다.
서울시의 ‘불통’에 시청 앞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식당 주인부터 헬스장 트레이너까지 피켓을 들고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시에 “제발 제대로 대화 좀 하자”고 요구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안모씨(35)는 “서울시에 민원 전화를 할 때면 딱딱한 회색 콘크리트 벽과 얘기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년 넘게 고군분투하느라 시 홈페이지에 공개한 직위표 최상단에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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