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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덮친 '죄수의 딜레마'…또 생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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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평택공장을 사흘 더 문 닫게 됐다. 작년 12월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 이후 부품 조달 문제로 총 8일간 공장 문을 닫게 된 셈이다.
○또 생산 중단
쌍용차는 오는 8~10일 평택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5일 공시했다. 쌍용차는 "협력사의 납품 거부에 따른 생산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외국계를 포함한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와 일부 중소 협력업체가 결제 대금 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작년 12월21일 기업회생 신청 뒤인 24일과 28일, 이틀간 공장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쌍용차는 설 연휴가 지난 뒤인 오는 16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협력업체와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생산 재개는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 힘 합쳤지만
쌍용차 노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P플랜이 진행된다면 안정된 노사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하루 빨리 결심할 수 있도록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은 앞서 1~2월 월급을 우선 절반만 받기로 했다.

회사는 전날인 4일 "차질 없는 P플랜 추진을 통해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및 잠재적 투자자(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P플랜 관련 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적용을 요청했다. 회생절차 개시를 일단 보류한 뒤 마힌드라그룹 및 HAAH와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와 합의해 회생절차 신청을 취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상이 지연되며 P플랜을 검토하게 됐다. P플랜은 기업이 회생절차 개시 전 채무 재조정, 신규 투자 유치 등을 담은 사전회생계획안을 내고, 이를 신속하게 진행해 빠르게 정상화하도록 돕는 절차다. '단기 법정관리'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P플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일 쌍용차의 P플랜 돌입과 관련, HAAH가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P플랜마저 무산되면 정식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모두가 각자 이익만 생각했다
쌍용차 경영 상황이 악화한 것은 우선 마힌드라그룹 책임이 가장 크다.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2018년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3∼4년 내 1조3000억원 정도를 쌍용차에 다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쌍용차의 자금 사정은 악화했고,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쌍용차가 작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불가피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차입금 약 600억원이 문제였다. JP모간, BNP파리바, BoA메릴린치 등 외국계 금융회사는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연체가 곧바로 부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후 산업은행 차입금 만기마저 연장하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외국계 금융회사 차입금을 갚을 경우 자금이 바닥나 이후 상황을 대비할 수 없었다. 대신 기업회생 신청을 통한 채권·채무 동결, 신규 투자 유치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외국계 협력사, 국내 부품사 등이 부품 납품을 거부했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예상된 일이었다. 다만, 국내 협력사가 부품 납품을 재개한 것과 달리 외국계 부품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함께 협의할 시간이 남았다
시간을 돌려보자. 우선 외국계 금융회사가 차입금 만기를 연장했더라면 산업은행도 연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법정관리를 신청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정관리 신청 후 외국계 협력사가 부품 공급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를 한 대라도 더 팔아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마힌드라다. 마힌드라는 이미 쌍용차에서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HAAH가 투자할 돈은 가져가지 못한다.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HAAH의 투자를 받은 쌍용차의 회생으로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버렸다.

이대로 쌍용차가 무너진다면 모두에게 큰 손해다. 대주주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채권단은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 협력사는 납품처를 잃게 된다.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이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말한다. 쌍용차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다만, 죄수의 딜레마는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쌍용차 이해관계자는 다르다. 함께 협의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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