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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수 데뷔에 '아빠 찬스'…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결국 사과 [강현우의 트렌딩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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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 나선 막내딸의 이름을 회사가 상표권으로 등록하도록 했던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서 결국 공개 사과했다.

4일 차이신 등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회사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딸 야오쓰웨이(姚思爲·엄마 성을 따름)의 이름 등을 회사 상표권으로 등록하도록 한 경위를 설명하고 임직원들에게 사과했다.

런 CEO는 딸의 이름 등이 타인에 의해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 지식재산권 담당 부서에 상표 등록을 대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 법 상 상표권 등록은 회사나 자영업자가 할 수 있는데, 야오쓰웨이가 대학을 갓 졸업한 상태여서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영어식 이름인 '야오안나(姚安娜)', 'YAO ANNA', 'Annabel Yao'와 '야오쓰웨이(姚思爲)' 등 단어의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화웨이는 논란이 커지자 야오쓰웨이의 소속사에 상표권을 넘길 예정이며 관련 비용은 야오쓰웨이가 지불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훼이 측은 "런 CEO가 공적 권한을 사적인 일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체 임직원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야오쓰웨이가 창업자의 딸이지만 화웨이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화웨이가 회사의 공적 자원을 투입해 야오쓰웨이의 일을 대신해 준 것이 배임성 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야오쓰웨이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려 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1998년생인 야오쓰웨이는 런 CEO와 두번째 부인인 야오링의 딸이다. 2020년 6월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달 14일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아빠 찬스'와 무관하게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자 힘든 노력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런정페이의 딸이라는 화제성이 없었더라면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겠느냐는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다.

런 CEO가 첫 부인인 멍쥔 사이에서 낳은 런핑과 멍완저우(엄마 성을 따름)는 모두 화웨이에서 일하고 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현재 캐나다에서 가택연금돼 있다.

런정페이가 사과했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그가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더욱 들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기 소속사가 있는데 상표권을 등록할 개인 회사 하나를 못 차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런정페이는 야오쓰웨이가 가수로 데뷔할 때 했던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으로 키워왔으며 가수 생활도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말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화웨이가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의 제재를 받은 중국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서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수혜를 봐 왔다는 점에서 이번의 이미지 실추는 화웨이의 향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런정페이 CEO는 화웨이 지분을 0.94%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해 1표의 거부권을 가진 유일한 개인 주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화웨이의 회장은 런 CEO와 함께 창업한 3명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화웨이 우리사주조합과 노조, 장기근속 임직원 등이 나눠 갖고 있다고 화웨이 측은 설명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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