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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탄소가격 제각각…美·EU의 탄소조정세는 현실적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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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탄소에 동일한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각 나라가 탄소를 같은 값에 사고 팔 수 있다면 지구의 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나라마다 탄소가격이 격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준비 중인 탄소조정세는 통상마찰 등 또 다른 비효율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배출권 시장에서 탄소가격은 수렴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탄소배출권은 각 나라의 탄소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환경규제 등으로 상품가격에 내재된 비용을 따지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각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 허용량을 배정한 뒤 이보다 많이 배출하려면 다른 기업에서 남은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EU와 한국, 뉴질랜드, 스위스 등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오 교수는 "하나의 상품에는 하나의 가격이 존재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EU, 한국, 캐나다 등의 배출권 가격, 즉 탄소가격은 현재까지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탄소가격 격차는 EU와 미국이 탄소조정세를 들고 나온 표면적 이유이기도 하다. EU와 미국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나 국가의 상품에 추가 세금을 매기거나 쿼터를 부과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만약 한 지역의 탄소가격이 비싸다면 생산시설을 상대적으로 탄소가격이 싼 가격으로 옮길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탄소누출이 벌어져 오히려 전 지구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각 국의 탄소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EU와 미국이 탄소조정세를 도입하면 통상마찰은 불가피하다. 오 교수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이 그간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과 동일한 탄소가격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만약 모든 국가가 균일한 탄소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온실가스 감축에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탄소조정세는 탄소 저감이라는 친환경적 목표뿐 아니라 자국 우선주의의 또 다른 전략이다. EU의 경우 탄소조정세를 매기면 역내 탄소 다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비용, 그린뉴딜 등 정책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연간 50억~140억 유로의 세수 확보 목적도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탄소조정세는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상당히 오랜 기간 국가 간 논쟁이 벌어지거나 미국 등이 무역규제에 활용할 수 있는 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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