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의원들이 홍콩 민주화운동을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제임스 맥거번(민주당) 등 9명의 초당파 상원의원들이 베리트 리스-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 위원장에게 홍콩 민주화운동을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지난달 31일 보냈다. 의원들은 이 서한을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의원들은 모두 중국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정부 기구인 의회-정부 중국위원회 소속이다.
의원들은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민주화운동은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투쟁을 지속해 왔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많은 민주주의 지지자들이 이미 수감돼 있고 일부는 망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추천을 주도한 마르코 루비오는 중국 인권 문제에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미국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가 대표 발의한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은 2019년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홍콩 인권 탄압에 관여한 인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된 법률이다.추천 의원 중 하나인 민주당의 제프 머클리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은 최근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횐 제품을 미국 수입업자들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디미타르 게로기에브 시라큐스대 사회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홍콩과 중국 관리들을 추가로 제재한 직후 의회에서 초당적 조치가 또 나왔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홍콩 민주화운동은 작년에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수백만의 홍콩인들은 2019년 벌어졌던 범죄인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비폭력 시위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지난해 노르웨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전격 통과시키면서 민주화운동이 더욱 거세졌다. 미 의원들은 "홍콩보안법이 인권과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미 의회 의원들의 홍콩 민주화운동에 대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 중국 정부를 강하게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중국의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당시 공산당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서구 시각에 치우친 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벨평화상 후보는 각국 선출직 의원과 정부 각료, 대학교수, 역대 수상자 등이 추천할 수 있다. 또 노르웨이 의회 의원 최소 1명이 추천해야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노르웨이 의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노벨위원회의 위원 지명권도 보유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에서 결정하는 다른 노벨상들과 달리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결정한다. 1895년 노벨상 제정 당시 스웨덴에 병합돼 있던 노르웨이가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