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학개미’와 달리 일본의 ‘닌자개미’(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투자 광풍이 일어났던 미국 게임 유통기업 게임스톱에 무관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대형 온라인 증권사인 SBI증권을 인용,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매매에 소극적이었다고 3일 보도했다. 토카이 도쿄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세이이치 스즈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은 기관투자가들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인도에서 일어났던 게임스톱 매매 열풍을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도 평가했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세계 증시가 들썩이면서 일본의 개인투자자들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보다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마더스보드 상장사들의 주가 상승률이 지난해 높았던 이유다. 지난 2019년 일본 내 증권사들 사이 수수료 인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가 0엔 수준으로 하락하자 미국 주식 투자 규모도 늘어났다.
하지만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근본적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인들은 미국 주식 중에서도 아마존처럼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거나 주가 급락 가능성이 낮은 종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타매매를 거의 하지 않으며 투기 성향이 강한 주식 매매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서 데이 트레이더로 활동하고 있는 무라카미 나오키는 일본인들의 영어실력 부족을 또다른 이유로 꼽혔다. 게임스톱 사태를 주도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오가는 대화를 일본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세계적인 주식투자 열풍의 도화선이 된 초저금리가 일본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는 점도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상장 종목의 옵션거래가 허용됐음에도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스톱 주가는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60% 하락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