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두 번째 맞는 명절이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탓에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도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통해 귀성길을 막고 있다.
보고픈 마음을 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명절 선물세트가 있다.
좋은 고기와 생선, 달콤한 과일에 나이 드신 부모님이 건강하고 평안하길 바라는 소망을 실어 보낸다.
유통업계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설 선물세트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고가 선물세트 확대
백화점과 마트는 한우, 굴비 등 고급 프리미엄 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롯데백화점은 횡성한우, 의성마늘소, 대관령한우 등 브랜드 한우 제품 등 프리미엄 축산 세트 물량을 30% 늘렸다.신세계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비싼 한우 제품을 선보였다. ‘명품 한우더 넘버 나인’ 세트로 250만원대다. 투뿔(1++) 넘버 나인은 전체 한우 등급 중 가장 높다. 제주도에서 무항생제 사료를 먹고 자란 한우 제품도 지난해 설보다 물량을 20%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한우 선물세트만 6만 개를 준비했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30만원 이상 한우 세트 물량은 지난 설 대비 30% 늘렸다. 스테이크용으로 사람들이 찾는 토마호크와 T본 부위를 담은 ‘한우 토마호크·T본 스테이크 세트’도 준비했다.
대형마트도 선물세트 물량을 확대했다. 이마트는 설 선물세트 사전판매 기간 매출이 창립 2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20만원 이상 한우 세트 매출은 83% 증가했다. 이마트는 한우와 굴비 등 인기 상품군 물량을 20~30%씩 늘렸다. 롯데마트는 매장 전체 면적 중 30%를 선물세트 존으로 만들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10만~20만원대 선물세트 품목도 지난 설보다 20% 확대했다.
이색 선물 선보인 편의점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설 선물세트 판매 규모도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에서는 설 선물세트 사전 판매 기간 매출이 지난해 설보다 97.1% 증가했다. 쓱닷컴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선물세트뿐 아니라 ‘SSG(쓱)푸드마켓’ 온라인 단독 판매 상품 40여 종 등을 내놨다.
쿠팡은 오는 13일까지 ‘미리 준비하는 설’ 기획전을 연다. 최대 52% 할인하는 선물세트 특가 행사 등을 진행한다. 위메프도 ‘2021 설’ 기획전을 열고 신선·가공식품, 가전·생활용품, 패션·뷰티 등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편의점은 독특한 선물을 선보였다. 편의점 CU는 설 기획 상품 중 하나로 1600만원짜리 이동형 주택을 내놨다. CU 설 선물 600종 가운데 가장 비싼 상품으로 최근 판매돼 화제가 됐다. 편의점 GS25와 이마트24가 내놓은 골드바와 황금코인 등 금 상품은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식품업계는 차례상 마케팅
긴 명절 연휴에 끼니마다 밥을 해먹는 건 고된 일이다. 간간이 간편한 한 끼도 필요하다. 식품업계는 명절 음식을 차리는 수고를 덜어주는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명절 음식을 담은 차례상 상품과 가정간편식(HMR) 등이다. 명절을 혼자 보내는 1~2인 가구들을 위한 혼밥·홈술족용 세트도 인기다.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반찬마켓 더반찬&은 모둠전과 산적, 잡채 등을 배송하는 ‘프리미엄 차례상’을 판매한다. 현대그린푸드도 명절 상차림용 반찬 등을 할인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인기 HMR 제품을 담은 선물세트를 지난해 7종에서 올해 9종으로 늘렸다. 스테디셀러인 ‘비비고 왕교자’ 등이 포함돼 있다. 대상은 명절 기간 ‘집콕’하는 이들을 위해 ‘청정원 집콕세트’를 내놨다.
가치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이색 선물세트도 나왔다. 동원F&B는 친환경에 중점을 둔 ‘노 플라스틱’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동원참치 세트인 ‘현호’, 리챔 세트인 ‘리챔18호’다. 부직포가 아니라 종이 가방에 담고 손잡이도 종이로 제작해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