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새 주인을 찾은 싸이월드가 "가상화폐를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지도는 높지만 존재감은 사라진 싸이월드가 결국 '코인 사업'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이엔엠 등 5개 기업의 합작법인인 싸이월드Z는 지난달 말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서비스 운영권을 양수했다. 싸이월드Z는 이르면 다음달 싸이월드를 정상화하고, 상반기 중 '싸이월드 모바일 3.0'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M&A) 거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개된 인수금액이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 대표는 자신이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 액수인 10억원을 싸이월드Z에서 받고 회사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3200만 명이 이용했던 싸이월드의 현재 가치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얘기다. 프리챌 창업자이기도 한 전 대표는 직원 27명의 임금·퇴직금 4억7000만원 상당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6억원 상당 임금 체불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다른 하나는 싸이월드가 가상화폐 사업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진화한 '도토리'(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며 "조만간 국내 3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 중 한 곳에 상장을 발표하면서 코인 이름 등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사업계획을 담은 백서(white paper)는 윤곽이 잡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런 구상은 싸이월드Z의 일방적인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싸이월드 측과 코인 상장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진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싸이월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가상화폐 사업은 전 대표 시절 이미 추진됐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2019년 싸이월드는 도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겠다며 가상화폐 '클링'을 내놓고 거래소에 상장했다.
클링의 논리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가상화폐공개(ICO)에서 내세운 그것과 비슷했다. 싸이월드 이용자가 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포인트가 지급되고, 이 포인트를 클링으로 교환해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 부활의 기대감에 힘입어 클링은 1차 판매에서 4억여원을 모았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난에 다시 빠져들면서 클링 가격은 5개월 만에 90% 이상 급락해 0.70원까지 떨어졌다. 클링을 거래하던 일부 거래소들은 이 가상화폐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했다.
싸이월드에는 100억장 이상의 사진과 1억개 넘는 동영상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싸이월드Z는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외주업체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스카이이엔엠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