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구산업은 1990년 수출 세계 3위에 오를 정도로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완구 제조업체들의 폐업과 해외 이전이 이어졌다. 급격히 오른 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서다. 호황기 700여 개에 달했던 완구 제조업체는 60개로 쪼그라들었다. 영실업, 손오공 등 대형 완구회사들은 어린이용 캐릭터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완구제조업 30년째 내리막
봉제 인형, 플라스틱 장난감 등을 만드는 완구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힌다.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비교적 낮은 신흥공업국에서 비교 우위가 있는 산업이다. TV 애니메이션 및 영화, 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높은 것도 이 산업의 특징이다.1960년대 움튼 국내 완구산업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971년 합계출산율이 4.54명에 도달하는 등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내수 규모가 커진 것도 완구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 국내 완구 수출은 꾸준히 늘어 1987년 10억7900만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국내 완구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80년대 말 국내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완구기업들은 폐업하거나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완구제조업체는 1987년 732개에서 1992년 266개로 줄었다. 수출 역시 연평균 20%씩 감소해 1993년에는 2억7610만달러로 주저앉았다.
완구 제품 무역수지는 2000년 들어 적자 전환했다. 이후 적자 폭이 매년 커져 2018년 무역적자가 최대 폭(-7222만달러)을 기록했다. 2019년 기준 국내 완구제조업체는 60개로 감소했다. 2000년 4287억원이던 국내 인형 및 장난감 제조업 출하액은 2959억원까지 줄었다.
완구업계, 자체 캐릭터 개발 몰두
국내 완구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약 60%를 수입 완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국내 주요 완구기업은 생산기지를 중국, 동남아시아에 두고 자체 캐릭터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국내 1위 완구회사 영실업은 1999년 스튜디오 모꼬지와 협업해 선보인 ‘콩순이’, 2014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트로봇과 함께 내놓은 변신로봇 애니메이션 ‘또봇’ 등이 인기를 끌며 완구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손오공은 2014년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손잡고 로봇과 미니카를 결합해 출시한 터닝메카드 시리즈가 한때 ‘품절 사태’를 겪는 등 대박을 냈다.
1981년 봉제완구회사로 출발한 오로라월드는 2007년 완구 제품으로 처음 선보인 ‘유후와 친구들’ 캐릭터가 유럽, 아시아 시장에 안착했다. 이 회사는 매출의 약 80%를 해외시장에서 얻고 있다.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 핑크퐁, CJ ENM의 신비아파트 등 콘텐츠 기업과 협업한 완구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는 12조2070억원이다. 2014년 이후 연평균 7.8%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문화콘텐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체 캐릭터를 보유한 업체 위주로 완구업계가 재편됐다”고 말했다.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를 활용해 완구, 애니메이션, 패션 등에 적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집콕’에 매출 증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의 지난해 매출은 852억원으로 전년(734억원) 대비 16% 뛰었다. 2016년(1293억원) 이후 4년 만에 매출이 반등했다. 영업이익도 -12억원으로 전년(-20억원) 대비 적자 폭이 줄었다. 일부 기업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오로라월드는 지난해 하반기 마스크 전문판매기업 스마일바이오를 세우고 완구업계 최초로 마스크 시장에 진출했다. 마스크 디자인에 유후와 친구들 캐릭터를 적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기존 북미, 유럽, 홍콩 등 글로벌 유통망을 마스크 판로 개척에 활용할 방침이다.8년 전 홍콩계 사모펀드에 팔렸던 영실업은 지난해 8월 국내 교육출판업체 미래엔에 인수됐다. 미래엔의 교육 노하우와 영실업의 캐릭터 완구사업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