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상장시킨 기업 중엔 국내 증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업종이 많다. 나유석 대신증권 기업공개(IPO) 담당 상무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상장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투자자에게 다양한 수익의 기회를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IPO 시장에서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독특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거나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가진 신생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미디어커머스 업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인 고바이오랩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빅딜’ 수임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상장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예상 시가총액이 수조원대인 한화종합화학과 카카오페이의 공동 주관사에도 선정됐다. 이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대신증권이 확보해 놓은 다수의 중소형 딜과 더불어 하우스의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될 전망이다.
올해도 대신증권의 손을 거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증시에 데뷔한다. 단독 주관한 국내 스마트금융 플랫폼 1위 기업 핑거는 지난달 29일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미래에셋대우와 공동 주관한 로봇개발사 레인보우로보틱스는 3일 상장한다. 대신증권이 작년에 상장시킨 셀레믹스, 클리노믹스, 고바이오랩처럼 성장성 특례 상장이다. 제주위트에일로 유명한 제주맥주도 상반기 중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수제맥주 제조업체로서는 최초로 상장하는 사례다. 나 상무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할 환경이 마련됐고 국내 수제맥주가 해외 수입맥주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상장이 어려웠던 기업이지만 규제가 바뀌고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성장한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트레저헌터, 프리미엄 건기식 브랜드 덴프스(DENPS)를 보유한 에이치피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용 핵심 소재 부품인 FMM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풍원정밀, 2차전지 전해액 제조사 엔켐, 세포치료제 기업 바이젠셀 외에 다수의 바이오 기업도 대기 중이다. 올해는 IPO 규모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은행(IB)들에는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IPO본부를 IPO1본부와 IPO2본부로 나누고 인력을 34명으로 확대했다. IB의 핵심 인력인 회계사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직속 변호사를 채용하고 바이오 전공 석·박사 인력도 다수 영입했다. 나 상무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젊은 직원”이라며 “대신증권 IPO본부의 장점은 젊고 액티브하며 열정적인 구성원들로 이뤄진 팀워크 및 조직문화”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IB와 견줄 수 있는 40명 수준까지 채용을 확대한다. 그는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대신 IB의 미래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 상무는 고객사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는 IB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상장 이후 고객사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증권사로 남고 싶다는 얘기다. “주관사로서 당장 얼마를 버느냐보다는 기업이 상장한 뒤 다음 딜을 우리와 함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파트너가 되는 것이죠. 실제로 상장 후 지주회사 전환이나 추가 자금 조달을 저희가 대부분 맡고 있습니다. 저희가 상장시킨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 대기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오래 전 대신 IB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겠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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