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양사 시너지효과 낼 수 있어
인도 마힌드라자동차가 쌍용차와 결별을 선택했다. 마힌드라 본사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지난해 마힌드라는 인도 내수 및 해외 수출을 포함해 모두 33만6,000대를 판매했는데 2019년의 51만3,000대와 비교하면 무려 35%나 급감한 결과다. 특히 연간 5만대에 달했던 3륜차 판매가 1만대로 추락하며 위기는 증폭됐다. 코로나19로 인도 내 이동이 자주 봉쇄돼 가장 대중적인 이동 수단인 3륜차 판매가 곤두박질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인 쌍용차가 자금 부족을 겪자 더 이상 투자할 여력조차 없다는 게 마힌드라의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마힌드라는 채권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지분 전량 매각을 선언했다. 어차피 결별을 한다면 일부 지분을 남겨 놓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반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자는 대주주의 일부 책임 의무를 거론하며 20% 가량의 지분 보유를 요구했지만 끝내 이를 거절하며 협상은 불발됐다.
-마힌드라의 포기와 달리 HAAH, 인수 의지 강해
그러자 투자를 계획했던 HAAH오토모티브와 쌍용차는 사전에 회생 계획을 짜놓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P 플랜'을 선택했다. 법원 주도로 신속하게 빚을 조정하되 산업은행의 신규자금 지원을 염두에 둔 회생안이다. 물론 전제는 기존에 부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렵업체의 동의다. 현재 쌍용차가 줘야 하는 부품대금만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회생 여부의 칼자루를 쥔 곳은 산업은행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도 지원을 전제로 노사 합의를 요구했다. 흑자가 나기 전까지 일체의 노동쟁의 행위를 중단하고 노사 단체협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라는 요구다. 이는 앞서 한국지엠에 8,100억원을 지원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앞서 타결은 됐지만 한국지엠 노사는 4개월 간의 교섭 끝에 지난해말 협상을 끝냈다. 그 사이 15일 간의 부분파업도 이뤄졌지만 핵심 쟁점은 단체협약 기간이었다. 회사는 3년마다 협상하자는 안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1년을 고수했다. 결국 회사가 물러서며 협상은 마무리 됐지만 산업은행으로선 매년 갱신하는 단체협약이 노사 갈등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쌍용차에는 처음부터 단체협약 기간 확대를 요구한 셈이다.
-노사 문제보다 회사 존속하려면 수출 확대가 필수
-HAAH, 미국 시장에 쌍용차 곧바로 투입
그런데 노사 문제 외에 근본적으로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사 문제는 상황에 따라 내부 협의 등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이들의 생존 기반인 판매는 전혀 다른 사안이어서다. 이 점에서 인수 주체로 나선 HAAH오토모티브는 이전 대주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에 소재한 수입차 유통기업이다. 35년 동안 여러 브랜드의 수입 완성차를 판매하며 덩치를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2년과 2023년에는 중국 체리자동차의 미국 진출 파트너로 선정돼 중형 SUV 반타스(VANTAS)에 이어 2023년에는 소형 SUV 티고(T-Go)를 미국 및 캐나다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부 친환경 차종은 향후 미국 내 직접 생산으로 전환하는 복안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HAAH에게 쌍용차는 북미용 픽업 및 대형 SUV 공급사로서 인수 가치가 적지 않다. 반면 당장 수출을 늘려야 하는 쌍용차에게 북미 시장 진출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 따라서 둘은 북미 자동차 유통 전문기업과 북미에 진출하려는 제조사의 협력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실 쌍용차의 이전 대주주였던 중국과 인도 기업은 기대와 달리 쌍용차 해외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두 나라 모두 시장은 거대하지만 쌍용의 제품 가격이 현지에선 비쌀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이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와 현재 대주주인 마힌드라 모두 현지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려 했지만 경쟁 브랜드의 다양화와 구매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확대에는 실패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은 소득 수준이 높고 SUV를 선호하는 데다 픽업 수요도 많아 HAAA로선 쌍용차 인수가 곧 지속 가능한 사업 전략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차 이미지, 그리고 제품군을 고려할 때 성공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본 셈이다. 반면 쌍용차 입장에서도 그간 미국 진출의 걸림돌이 판매네트워크였음을 고려할 때 HAAH의 접근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둘은 마힌드라를 제외하고 산업은행의 지원을 전제로 'P 플랜' 가동에 합의했다.
사실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내수보다 수출이 회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간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등의 인수가 이뤄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거대 시장 진출은 실패했고 그 결과가 판매 위축으로 연결돼 적자를 심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미국 진출 기회가 열리게 됐으니 회생 명분도 충분해 보인다. 쌍용차에게 중국, 인도보다는 소득도 높고 SUV 판매가 많은 미국 시장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