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전시장 안을 낯설고 불규칙한 전자음이 쿵쿵 울린다. 스피커를 통해 전자음이 만들어내는 진동은 고막뿐 아니라 실제 피부까지 자극한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터 컴포지션(Data Composition)’(사진)은 시각과 청각, 촉각을 자극하는 전시다. 지난해 7월 융·복합 콘텐츠 기획공모에서 뽑힌 2인조 사운드 아티스트 조태복(37), 정진희(33)의 프로젝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작가가 주목한 것은 ‘데이터로 구성된 시간’이다. 내 동선이 QR코드로 기록되고, 나의 작은 행동들을 알고리즘이 잡아내 온라인에서의 세계를 구축하는 시대. 조태복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데이터는 단선적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된다”며 “여러 요소의 중첩과 충돌을 통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형의 존재인 시간과 소리를 눈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형체로 실현해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태블릿 크기의 모니터 위로 겹쳐 보이는 선형의 이미지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스케치는 작가들의 음악 작업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미디어아트 ‘온 일루전 오브 타임(On illusion of time)’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양쪽 벽에서 불규칙하게 춤추는 대형 흑백 영상과 8개의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고정된 패턴의 반복이 아니다. 작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전시장 안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면 작가들이 준비한 깜짝 반전도 준비돼 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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