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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홍콩인 대상 이민 확대…중국 "내정간섭"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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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신청을 31일부터 받는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도 시행됐다.

AFP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홍콩 시간으로 일요일인 이날 오후 5시부터 홍콩 인구 750만 명 중 72%인 540만 명에 달하는 '영국 해외 시민'(BNO) 자격 소지자와 그 가족이 영국 정부의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BNO 비자 신청을 예약할 수 있다.

BNO 여권은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들에게 영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이다.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32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의 홍콩인이 BNO 비자를 통해 영국에 이민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홍콩인이 BNO 여권을 소지할 경우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었지만, 노동이나 거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영국-중국 공동선언' 위반이라면서 홍콩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현재 또는 과거에 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이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5년 뒤에는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별도의 이민 예외 조항인 'LOTR'을 마련하고 BNO 비자 신청 개시 전까지 6개월간 홍콩인들이 영국에 이주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영국의 이 같은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BNO 비자 신청 개시를 앞두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이민 확대 정책은 홍콩인들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31일부터 BNO 여권을 유효한 여행 문서 및 신분증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 역시 중국과 입장을 같이했다. 홍콩정부는 "31일부터 BNO 여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홍콩을 떠나거나 중국 본토에 들어갈 때는 홍콩 여권을 사용하고, 홍콩인이 영국에 입국할 때 BNO 여권을 사용하는 것까지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직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으로 지난해 영국에 망명한 사이먼 청은 홍콩언론인 SCMP에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없다"며 "표현과 선거의 자유 등 모든 가치가 침해됐다. 홍콩은 더는 우리가 알던 홍콩이 아니고 우리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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