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독특한 작곡가다. 낭만주의 사조가 팽배한 19세기를 살면서도 고전주의 시대를 그리워했다. 작품에 동경심이 드러난다. 그가 쓴 교향곡들은 형식미가 돋보인다. 규칙적인 박자에 대칭되는 선율을 활용했다. 동시대 작곡가였던 리하르트 바그너의 극적인 교향곡과 대비된다. 베토벤의 영웅주의를 계승하려 했던 바그너와 달리 브람스는 자기 개성을 구축하려 해서다.
브람스는 1885년 생애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 4번'으로 자신의 음악 철학을 완성했다. 곡 전반적으로 엄숙한 선율이 흐른다. 네 악장으로 구성된 곡으로, 이전 작품들과 다른 주제를 보여준다.
교향곡 1번의 비장함, 2번의 전원생활로부터 오는 만족감, 3번에서 드러나는 영웅주의는 없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베토벤 교향곡 형식도 벗어났다. 대신 대선배 바흐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바로크 시대에 주로 쓰이던 '파사칼리아'를 적용했다. 선율 하나를 저음 성부에서 시작해 반복하다가 차츰 다른 성부로 번져가는 형식이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베토벤의 영향력이 팽배했던 시대였지만 브람스는 바로크 시대로 회귀했다. 4악장 파사칼리아는 바로크 시대 춤곡 '샤콘느'를 본떴다"고 설명했다.
교향곡 4번은 그가 가장 아낀 곡이기도 했다. 브람스가 투병생활을 할 당시 지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물어봤을 때 그는 "내 생전 마지막으로 들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바로 교향곡 4번이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베토벤과 바흐 그리고 과거 르네상스 시대 작곡법을 모두 소화해 쓴 작품이다"라며 "50대에 들어선 브람스의 원숙함이 반영된 명작"이라고 설명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이 작품 안에는 베토벤 이전 시대 작곡법들이 녹아있다"며 "이전 교향곡과 차별점을 둔 것으로, 가장 비극적인 곡"이라고 설명했다.
브람스가 일평생 고민한 음악철학이 담긴 작품이었다. 최근 지휘자 정명훈이 브람스의 고뇌를 재현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RCO)과 함께한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다. 그는 공연에서 장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지휘했다. RCO의 콘서트마스터인 리비우 프루나루가 협연에 나섰다.
감상하려면 RCO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한다. 유튜브 등 다른 채널에 공개하지 않아서다. RCO 회원가입을 해야 감상할 수 있다. 감상법은 간단하다. RCO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 콘서트 항목을 누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열렸던 공연이라 메인 페이지에서 쉽게 눈에 띈다. 횟수 제한없이 감상할 수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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