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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모님 없이는 못 산다"…판매량 폭증한 가전제품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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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정 주부들 사이에선 ‘3대 이모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회자된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자녀, 재택 근무 중인 남편 탓에 가사가 늘어나자 주부들이 ‘소소한 사치’로 그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3대 이모’란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로봇청소기를 말합니다.

올 1월(1~26일) 이들 가사 도우미 3인방의 매출을 조사해봤습니다. 그야말로 폭증 수준입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으로 ‘집콕 모드’가 강화된 덕분입니다. 하이마트에선 올 1월 음식물처리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0% 뛰었습니다. 작년 1년치 통계로도 전년 대비 700% 더 팔렸습니다.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상당한 성장세입니다.

식기세척기 판매량도 1월에 95% 늘었다고 합니다. 로봇청소기는 1월에 51%, 작년 1년치로는 65% 매출이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마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1월에 식기세척기와 전용 세제 매출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6.5%, 562.4%에 달했습니다. 음식물처리기 역시 155.6%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3대 이모’ 중 연륜이 가장 오래된 발명품은 식기세척기입니다. 조세핀 게리스 코크레인(Josephine Garis Cochrane)이라는 미국 여성이 1886년 12월 28일에 특허를 냈습니다. 하인들이 자신의 소중한 찻잔을 씻을 때 자주 깨먹는 일이 발생해 이를 방지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이런 신문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불과 10여 년 전에도 한국의 아파트들이 분양할 때 식기세척기가 내장형으로 들어간 조리 공간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러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외식 문화가 정착되면서 식기세척기의 유행이 사그러들었는데 코로나19가 불씨를 되살린 셈입니다.

음식물처리기는 1998년 국내에서 처음 발명된 제품입니다.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라고 합니다.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2000년대 중반 무렵 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였습니다. 제조사들이 주로 중소기업이어서 그런지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로봇청소기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2001년 최초 개발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산업 흐름의 변화 속도로 어느 때보다 가파릅니다. 그 중에서도 가사 노동의 IT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가사 전용 로봇이 바닥을 닦는 것에서부터 설거지, 음식물처리 등을 도맡아 하는 일이 머지 않아 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야말로 저출산 극복과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할까요?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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