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을 상징하는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주가가 28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 44% 급락했으나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50% 넘게 폭등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간 매매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주가가 역대급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수 차례 거래가 중지되는 혼란을 겪은 뒤 전장보다 44.3% 급락한 주당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51.14%(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폭등하고 있다.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39% 오른 48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다 로빈후드와 인터렉티브 브로커스 등 복수의 주식거래 플랫폼이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거래를 제한한다고 발표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로빈후드는 미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앱이다.
게임스톱 주가는 올 들어 17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게임스톱과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와 기관 간 격전장이 된 AMC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57%, 블랙베리는 42%,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36% 각각 급락했다.
이들 종목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일부 헤지펀드의 공개적인 공매도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들이 합심해 힘겨루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400만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게임스톱 등 주식을 매입해 공매도 업체에 대항한 것이다. 개미들의 단합에 큰 손실을 낸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해 화제를 모으리고 했다.
미 정치권도 ‘게임스톱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금융권에 비판적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게임스톱 거래에 당황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다른 사람들만 비용을 치르게 했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월가의 거대 자본 규제를 촉구했다.
SEC 등 관계 당국 역시 “적극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매수 행위가 가격 조작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는 “주가 하락을 두려워하지 말고 게임스톱 주식을 계속 사 모으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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