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금융사기’로 불리는 라임 사태의 주범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사진)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29일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019년 7월 라임 불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특경법상 수재 등 다수 혐의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오사용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사장의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라임펀드 자금 300억원을 코스닥 상장사인 리드에 투자해준 대가로 명품 시계와 가방, CB(전환사채) 매수청구권 등 1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부사장을 지난해 5월 구속기소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가 투자한 회사에 손해가 생기자 이 업체의 부실 채권을 다른 펀드 돈으로 인수하는 일명 ‘돌려막기’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라임 펀드의 부실 여부가 드러나면 펀드 환매 요청이 늘고, 신규 투자가 중단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이런 방식으로 파티게임즈 등 4개사의 전환사채(CB) 900억원 규모를 고가에 인수해 라임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3500억원을 투자한 대가로 부동산 시행업체인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 회장에게 개인 운전기사 급여, 외제차량 리스 대금, 계열사 지분 매각대금 등 25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라임이 투자한 회사(지투하이소닉)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팔아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라임 사태는 2008년 월가 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비슷한 사건이다. 이 전 부사장은 ‘폰지 사기’ 수법으로 시중은행과 증권회사에 부실 라임 헤지펀드를 팔고,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단순한 불완전 판매를 넘어 펀드의 부실을 은폐하고 환매 대금 마련을 위해 허위 내용으로 펀드를 판매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자본시장 공정성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훼손한 초유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지난달 28일 이 전 부사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30억원, 14억4000만원 상당의 추징금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선고도 함께 진행한다. 검찰은 원 대표와 라임의 마케팅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이모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벌금 5억원, 징역 7년과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캐나다 교포 이종필, 도주했다 구속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의 핵심 몸통이다. 라임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펀드의 설계 운용을 총괄했다.캐나다 국적인 이 전 부사장은 2019년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 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라임 사태의 또다른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체포됐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이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사장은 펀드 부실을 초기에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거래 상대방은 라임이 아니라 펀드를 판매한 금융기관”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상품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봤다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은 라임이 아닌 판매사에 있다”고 했다.
다른 재판 결과는?
검찰은 그동안 △라임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여부 △코스닥 기업 등에서 자금 횡령 배임 여부 △정·관계 로비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해왔다.펀드 부실 판매에 관여한 피의자들은 줄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 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사업본부장은 지난해 9월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외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480억원 규모의 펀드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라임 펀드의 손실 가능성을 숨긴 채 470명에게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22일 이들을 소홀하게 관리 감독한 혐의로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자본시장법상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