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활황세다. 지난해 거래 가격과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공실률 역시 작년 4분기 회복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상가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업무 시설 중심의 오피스빌딩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이 안정적인 투자 자산인 오피스빌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피스빌딩 거래 규모 사상 최대
26일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및 분당권역 오피스빌딩(100억원 이상) 누적 거래금액은 1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기존 최대였던 2019년 12조3000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다. 서울 및 분당권역 오피스빌딩 시장은 2018년(11조3600억원)부터 3년 연속 거래 금액이 10조원을 넘었다. 3.3㎡당 평균 거래가격도 훌쩍 올랐다. 지난해 거래가격은 2019년 대비 8.6% 상승한 2569만원(3.3㎡당)을 기록했다. 중구 장교동 신한L타워가 3.3㎡당 3000만원, 강남구 역삼동 현대해상 강남사옥이 3.3㎡당 3407만원에 팔리는 등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최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A등급(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9.2%로 2분기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공실률 상승은 코로나19보다 여의도 파크원, 서울역 그랜드센트럴 등 초대형 오피스빌딩이 새로 준공된 영향이 더 컸다. 오피스빌딩 업계 관계자는 “파크원 같은 초대형 오피스빌딩은 준공 전 선임대를 하더라도 워낙 규모가 커서 초기에는 공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 IFC가 공실을 다 채우기까지 5년 넘게 걸린 것처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8.5%로 전분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공유나 분산 오피스를 찾는 곳이 늘면서 오히려 오피스빌딩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호황을 누린 전자상거래나 핀테크 등의 업종 기업들이 오피스빌딩을 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도 오피스빌딩에 자금 몰릴 것”
오피스빌딩 시장이 활황인 데에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도 큰 역할을 했다. 기관투자가와 법인이 주로 투자하는 대형 오피스빌딩은 전통적인 안전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투자 수익률은 연 3~4%대로 그리 높지 않지만,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서다.실제로 지난해 리테일, 호텔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공실 타격이 크지 않았다. 오피스빌딩은 금융회사 등 자본력을 갖춘 우량 임차인이 대부분이어서 일시적인 경영 악화를 이유로 퇴거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이태원 등 상권은 비고 있지만 견실한 기업들이 사무실을 버리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방역 등 첨단 시설을 갖춘 곳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있다”고 했다.
올해도 오피스빌딩의 몸값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부동산리서치회사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도시 3위에 올랐다. 2019년 6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RCA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자본의 투자가 주춤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였다”면서도 “한국은 자국 내 투자 기반이 견고해 오피스빌딩 가격 하락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회사인 CBRE도 올해 기관투자가의 60%가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결국 오피스빌딩 같은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으로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