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이날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통해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하고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키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면서 "이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행위들을 제외하면 피해자가 주장한 다른 여러 피해 의혹들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인정된 사실만으로도 박 전 시장의 성적인 말과 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시 관계자들의 성희롱 묵인·방조 의혹 관련 정황은 발견하기 어려웠고, 피소사실 유출 경위 역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피해자가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복용 챙기기, 혈압 재기,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영역의 노무까지 수행한 것에 대해 "이 같은 비서 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 관계가 아닌 사적 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 직권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현장조사, 2번에 걸친 피해자 면담 조사를 진행하고 참고인 51명을 조사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